가을 길을 걸으며...(1) 가을비가 내릴런지 하늘에 검은 구름이 산머리에 닿을 듯이 내려와 있었다. 기온이 차츰 내려가 추워지니 바깥으로 나들이 하기가 내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모자를 쓴 남편과 벙거지 모자로 단도리한 아내는 모처럼 낙동강이 흐르고 갈대숲이 우거진 후포 쪽으로 점심을 향어회를 먹기로 작정하고 떠났다. "오늘 왠지 당신이 아주 멋져 보여요! 호호" "내사 마, 본래부터 옷걸이가 좋으니... 허허" "빵모자로 민둥산을 감추고 바바리코트로 훤칠해 보이게 했으니 그냥 착시현상인지도 모르겠네용!" "콩깍지는 아무 한테나 저절로 끼는 게 아니여! 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해야 되는 게 아닌감" "사랑이란 두 개의 고독한 영혼이 서로 지키고 접촉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 있다." -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