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을 걸으며...(1)
가을비가 내릴런지 하늘에 검은 구름이
산머리에 닿을 듯이 내려와 있었다.
기온이 차츰 내려가 추워지니 바깥으로
나들이 하기가 내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모자를 쓴 남편과
벙거지 모자로 단도리한 아내는 모처럼
낙동강이 흐르고 갈대숲이 우거진 후포 쪽으로
점심을 향어회를 먹기로 작정하고 떠났다.
"오늘 왠지 당신이
아주 멋져 보여요! 호호"
"내사 마, 본래부터
옷걸이가 좋으니... 허허"
"빵모자로 민둥산을 감추고
바바리코트로 훤칠해 보이게 했으니
그냥 착시현상인지도 모르겠네용!"
"콩깍지는 아무 한테나
저절로 끼는 게 아니여!
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해야 되는 게 아닌감"
"사랑이란
두 개의 고독한 영혼이
서로 지키고 접촉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 있다."
- 릴케(Rilke,
1875.12.4.~1926.12.29)
독일 시인, <인생과 소곡><꿈의 관>
<형상 시집> 소설<말테의 수기> -
거리마다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이
오색옷을 입어 가을의 향연에 무르익었고
위드 코로나로 풀러서 그런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자유 분방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를 주는 만큼 개인방역이 중요함을
알아 철저하게 행동함이 좋을 듯 싶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 때 보다 확진자의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백신의 부작용도 일어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아무쪼록 하나뿐인 생명을 안전하게 위해선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리라 본다.
그리고 날마다 발걸음마다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굳게 믿고 의뢰하여
보호하심을 받아 힘을 얻어야겠다.
"여호와는
나의 힘과 방패시니
내 마음이 저를 의지하여
도움을 얻었도다
내 마음이 크게 기뻐하며
내 노래로 저를 찬송하리로다
여호와는
저희의 힘이시요
그 기름 부음받은 자의
구원의 산성이시로다
주의 백성을 구원하시며
주의 산업에 복을 주시고
또 저희의 목자가 되사
영원토록 드십소서"
(시편 28:7-9)
변두리 넓은 식당에는 자연을 조망하기에
너무 좋았으나 주말이 아니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친절하신 주인의 서빙으로 차려진
싱싱한 향어회와 된장옆에 잘게 빻은 땅콩,
얇게 저민 마늘, 고추, 초고장을 함께 넣어
버물려 쌈을 싸먹으니 일품이었다.
쫄깃한 수제비와 두부, 생선뼈가 들어간
얼큰한 매운탕도 국물의 진미가 등짝까지
후끈하게 해주어 몸보신하고도 남았다.
오랫만에 살살 녹아 넘어가는
회를 먹고보니 남편과 아내의 마음은
행복한 맛으로 기쁨이 담뿍 감돌았다.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에베소서 5:19-21)
스산한 바람따라 갈대들과 억새들이
춤을 추며 한마당 가을의 축제를 날렸다.
멀리 보이는 화명다리에 오가는 차량들도
어려운 경제를 실어 나르느라 분주해 보였다.
길가에 핀 작은 황국의 향기가 얼마나 진하지
코끝을 진동해 그 옆에서 꽃을 바라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신 폰으로 갈대를 찍던 남편도
작은꽃들의 향기에 취하여
요리조리 각도를 맞추었다.
자연이 주는 기쁨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큰선물이었다.
"세상은
그대의 의지에 따라
그 모습이 변한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절망하고,
어떤 사람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행복을 즐긴다"
- 그라시안(Gracian, 1601~1658)
스페인 대철학자, 신부,
<비평쟁이><미묘함과 천재 예술> -
강바람따라 갈대들의 춤사위는 쉬지않고
넓은 벌판에서 끊임없이 주를 찬양하며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는 것만 같았다.
아내는 항상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삶을 살아오게 됨을 감사찬송 올리며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정마다 주의 은혜로 더욱 강건하기를 바랬다.
- 가을 길에서 삶을 돌아보며... 德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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