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산지(山地)/백석

샬롬이 2013. 8. 26. 12:40

 

 

 

 

 

 

산지(山地)

 

 

 

 

/백석

 

 

 

 

갈부던 같은 약수(藥水)터의 산(山)거리

여인숙(旅人宿)이 다래나무 지팽이와 같이 많다

시냇물이 버러지 소리를 하며 흐르고

대낮이라도 산(山)옆에서는

승냥이가 개울물 흐르듯 운다

 

 

소와 말은 도로 산(山)으로 돌아갔다

염소만이 아직 된비가 오면 산(山)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

인가(人家) 근처로 뛰어온다

 

 

벼랑턱의 어두운 그늘에 아침이면

부엉이가 무거웁게 날아온다

낮이 되면 더 무거웁게 날아가 버린다

 

 

산(山)너머 심오리(十五里)서 나무뒝치 차고 싸라진

신고 산(山)비에 축축이 젖어서 약(藥)물을 받으러 오는 산(山)아이도 있다

아비가 앓는가 부다

다래 먹고 앓는가 부다

아랫마을에서는 애기무당이 작두를 타며 굿을 하는 때가 많다

 

 

 

갈부던:갈잎 세 개로 엮어 가운데는 빈 공간으로 한 두툼한 갈잎 덩어리.

다래나무: 다래과에 속하는 낙엽 만목(蔓木).

버러지 : 벌레.

된비 : 소낙비.

나무뒝치 : 나무의 속을 파서 만든 주둥이가 조그마한 뒤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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