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습작<글>

*매미는 노래하고...거북이는 탈출하고...(화명장미공원에서)

샬롬이 2020. 7. 2. 16:55

매미는 노래하고... 거북이는 탈출하고...

(화명 장미공원에서)

 

오늘 정오쯤 기차에서 내린 아내는

화명 장미공원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남편과의 만남을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입구에 오래된 팽나무는 작열하는 7월의

뙤약볕을 받으며 잎들이 청청하게 뻗어나갔다.

작은 공원이지만 듬직해 보이는 나무들과 

작은 연못으로 조성되어 도심 속의 휴식처로는 

그나마 산소를 공급하며 쉴 수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분수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발산하는 벤치에 앉아

연잎 사이로 보이는 거북이 가족들과 수련꽃들을 보며

올해 처음 들어보는 매미의 노랫소리를 들으니

동심의 진한 여름 향기가 코끝으로 물씬 풍겨졌다.

화려하게 피어나던 장미꽃들은 깔끔하게 전지 되어 

다음에 피어날 때를 기다렸지만 제초기로 베어진

토끼풀들은 또다시 왕성하게 꽃을 피워있었다.

그 속에서 네 잎 클로버도 눈에 띄어

책갈피에 고이 간직했다.

"어린 시절의

이상주의(理想主義) 가운데에서

인간의 진리가 발견될 수 있으며,

어린 시절의 이상주의야말로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부(富)다.

- 슈바이처(Schweitzer, 1875-1965)

독일의 신학자, 의사, 음악가, 노벨평화상 - 

 

매미소리따라 메타쉐콰이어 나무를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7년간 땅속에서 준비하며

환골탈퇴한 꿈들이 현실에 이루어졌음을

코로나 19로 힘든 우리들을 인내하며 기다리라고

한없이 격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우! 고마워이~

희망의 노래를 불러주니 

넘~~~ 좋아요!"

"귀를 즐겁기보다 소음이라고

떠들어대니 설 땅이 마땅찮다오!"

"그래도 7년간의 준비한 노래에

7일간은 꾹! 참아주어야지~~"

"바톤을 이어받아 한여름 동안

계속 메롱! 세롱! 할 건데... 제발! 이해해 주오!"

자연계도 지구의 온난화로 병충해들이 무작위로

농촌의 과수와 산림을 갉아먹어 훼손시킨다니

시급하게 우리의 삶의 현장을 방역하여

보호하고 관리해야만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리라~

 

나무 밑에서 벌레에게 점이 찍힌 네 잎 클로버도 

발견하고 혼자 신나게 있을 즈음, 

드디어 기다리던 반가운 남편이 창모자에

특유의 팔자걸음을 하며 옆으로 다가왔다.

둘이는 정답게 벤치에 앉아 매미소리를 들으며

사방으로 봐도 승리로 답하는 분수의 V를

바라보며 정오의 낭만을 잠깐 즐겼다.

"여봉! 오랜만에 저기 앞집의 무한 리필

돼지불고기 집에서 근육에 힘을 좀 줍시다!"

"글쎄... 좀 생각해보고..."

"아이고야! 생각은 무슨.. 제가 쏠 거여!"

"그라마 한번 가 볼까?... 허허"

알뜰함이 몸에 밴 남편은 재난 지원금으로

아내가 한턱 쏜다니깐 기분 좋게 따라나섰다.

 

차도를 건너면 식당이 있어 그곳으로 가는데

하마터면 기절초풍할 다급한 일이 벌어졌다.

아스팔트 노면에 작은 거북이가 기어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차를 수신호로 급하게 세우자 아주머니가

차에서 내려와  왜 그러느냐고 했다.

거북이를 가리키자 그분도 놀라워하셨다.

위험한 사선을 넘은 거북이는 어디로 가려는지

역쪽으로 가던 길을 계속 느리게 기어갔다.

차들이 계속 오고 어찌할 바를 몰라 아무것도 모르고

식당으로 먼저 들어가신 남편을 불렀다.

급히 나온 남편이 식당 앞에 놓아둔 빈 박스로

거북이를 유인하며 넣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마주한 거북이를

만질 수도 없고 했으나 남편은 손도 대지 않고

거북이를 다독여 박스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못으로 가서 편안하게 놓아주며

도롯가로 나오면 교통사고 난다고 충고해 주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조언보다도

이것을 말하고 싶다.

너 자신 속을 탐사하라.

그리고 네 자신의 삶의 근원 안으로

깊이 탐험하라"

- 릴케(Rilke,1875-1926)

독일 시인, <형상 시집>. <말테의 수기> -

 

작은 거북이가 겁도 없이 집을 탈출하여

방황하는 것을 볼 때 걱정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죽음을 무릅쓰고 어디론가 갈려던

그의 무작정 행로가 궁금하기도 했다.

기차역 쪽으로 기어갔으니 기차 타고 누굴

만나려 가려는 중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함부로 길거리에서 배회하다가는 나침판의 방향의

설정이 잘못되어 길을 잃고 생명을 잃을 것이 뻔하다.

험한 세상인 줄 인식 못하는 작은 거북이를

안전하게 연못으로 보낸 후, 안도의 숨을 쉬며

기분 좋게 무한 리필의 돼지고기와 마늘을

상추로 보삼싸서 목구멍에서 위장으로 통과시켰다.

식당의  여사장님도 죽음의 고비를 넘어 십년감수한

거북이 얘기를 들으며 함께 기뻐해 주셨다

"두 분이 좋은 일 하셨어요!"

"뭘요..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은

다 소중하니깐요!"

 

누구라도 따뜻한 보금자리를 떠나면

사방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겠다.

여름내 노랫가락으로 시절을 절규할 것 같은

매미와 열악한 환경을 탈출하려는 거북이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서로 사랑으로 위로와

격려를 멈추지 않는 한 절망은 없을 것이다.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세상에 생존하는 모든 생물들의 주인이 되셔서

사방으로 우겨 삼을 당할지라도 이겨낼 수 있는

끈질긴 인내심과 강력한 힘을 더하여 주실 것이다. 

다만 온전한 믿음 안에서 이루어질 수가 있다!

우리들에게 시시때때로 반복되는 희로애락을 

불평하지 말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모든 역경을 이길 수가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침에 주의 인자로

우리를 만족케 하사 

우리 평생에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

우리를 곤고케 하신 날수대로와

우리의 화를 당한 년수(年數)대로

기쁘게 하소서"

(시편 90:14-15)

 

- 생명을 주심을 감사드리며...

화명에서 德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