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습작<글>

*후투새와의 만남!

샬롬이 2020. 5. 30. 20:59

후투새와의 만남!

 

이른 아침 시간 , 운무가 산을 반쯤 덮어

사물마다 희미하게  하늘거리고 있었다.

성벽을 쌓은 읍성의 풍광도 옅은 안개 속의

우뚝 솟은 남산을 배경으로 아직 잠이 들 깼는지

인기척이 들리지 않고 펄럭이는 깃발과

작은 새소리들만이 적막을 깨웠다.

그런데 딱다구리 새도 아닌 이상한 새소리가 들려서

방향을 집중하고 보니 꽃자리 찻집안의 정자 꼭대기에

부리가 길다란 후투새가 앉아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기왓장으로 만든 담밖에서 이 광경을 보며 카메라를 든

손이 기쁨에 주체할 수 없어 자꾸만

휘청거리기도 했다.

"와우! 화관이 멋진 새야! 반갑구나!

어디 있다가 이제사 만남이 주어졌네!"

"기승 부리는 코로나로 속세를 떠났지만..

영~체질이 맞지 않아 돌아왔다우~"

"잘 했슈...임자 만나 새끼놓고..행복하게

읍성의 지킴이 역할하는 것도 보람이겠죵!"

"너는 청년의 때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전도서 12:1)

 

이때 즈음이면 조류중에도 외모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멋진 후투새의 모습이 

경주의 황성공원에도 나타나 새끼를 키운다고 했다. 

그 신기함을 관찰하기 위해 길다란 렌즈를 든

사진 애호가들의 집합장소가 된다고 보도하여

한없이 부럽기도 했다.

한번쯤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여의치 못해 언젠가 가보리라는 꿈을 꾸며

후투새의 만남의 시간을 손꼽아 기다려 지기도 하였다.

아! 그런데 이게 왠일!

여기서 만남의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가까운 읍성에서 후투새를 만나다니...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후투새와의 만남은 왠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지의 친구를 만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였으니

늙어가도 낭만의 파노라마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속전속결로 폰에 담긴 애창곡인

 "꿈길에서"를 꺼내어 마음 속으로 불러보며

멀리 날아가 버릴까 봐서 조바심을 가졌다.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

한갓 헛되이 해는 지나

이 맘에 남 모를 허공 있네

꿈길에 보는 귀여운 벗

들어주게 나의 고운노래

부질없었던 근심 걱정

다 함께 사라져 물러가면

벗이여 꿈 깨어 내게 오라"(1절)

- 포스트(Foster, 1826-1864, 미국)-

 

후투새는 고개를 숙여 날개를 정비하며

 기도를 하는가 싶더니 잎이 무성한 은행나무로 날아가

그곳에서 렌즈와 눈이 딱! 마주치기도 했다.

눈치빠른 그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싫지 않는지

한참동안 특유의 울음을 울며 하소연하는 것만 같았다.

"나, 말이여..아직 짝이 없다우! 어쩌면 좋소!"

"어찌긴...속을 비우고 눈을 낮춰 봐유~"

"보이는 것이 다 헛것뿐이니..앙꼬없는 찜빵들!"

"그래도 만나서 살다보면 정들고 행복을 이룬다우!"

그때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뻑꾹..뻑꾹...자신의 알을

다른 둥지에 두고서 염치없게 노래만 하고 있었다.

뻐꾹새를 찾아 보려고 렌즈를 휙~돌려봐도 어디에

꼭꼭 숨어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후투새를  배경으로 엉뚱한 뻐꾸기 왈츠로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뻐꾸기의 나쁜 습성은 타고날때 부터

남에게 생명의 해를 끼쳐가며 자기 자식만  출세시키려는

비정함이 묻어나 봄이면 산천마다 그 아름다운 소리도

귀에 달갑지 않게 들리지만 어찌하겠는가....

그 소리를 들으며 남을 해코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어 우리의 삶에 적용해야 하리라 본다.

"좋은 인간이란

자기의 죄는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자기의 선행은 금방 잊는 자이다.

나쁜 인간이란 그 반대로

자기의 선행은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죄는 쉽게 잊는 자이다."

- 톨스토이(Tolstoy, 1828-1910)

러시아 소설가, <부활><전쟁과 평화> -

 

꽃들은 피고 지고..시간이 짧아

때를 맞추지 않으며 만나지 못할 때가 많다.

기후변화로 조류들의 모습도 오래 볼 수 없는 날이

다가와 정다운 새소리를 듣지 못할 날도 도래될 것이다.

조잘조잘 속삭이며 흐르는 시냇물소리...

방긋방긋 웃는 꽃들의 향연과 짹깍짹깍거리며

먼동이 터는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들....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의 대화는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이 되리라 본다.

조물주께서는 자연을 통해 인간들을 더욱 기뻐하며

즐거워할 수 있도록 창조해 주심을 알 수 있다.

후투새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그 감격은 오래도록 다음 블로거에 남아

"벗이여! 꿈깨어 내게(주께) 오라!"를 노래하리라~~

 

 

- 꽃들이 지기 전에 달려간 읍성에서

후투새의 만남을 노래하며...德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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