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이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마리 새
* 시와 해설
죽음으로 삶을 되돌아보는 방법을 통해
비로소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된
시인에게서 우리는 깊은 혜안을 갖고 있는
선승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가난하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시인의 태도는 그로 하여금 죽음도 두렵지 않는
삶의 달관을 갖게 해 준다.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민예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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