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습작<글>

*수확의 고달픔과 기쁨~~~ /작은천사

샬롬이 2016. 9. 27. 13:22





수확 고달픔과 기쁨~~~




/작은천사




 안개가 자욱한 아침의 산책의 시간은

어딘지 모르게 여름끝자락의 여운과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는 열매들의 향연으로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풀내음 가득한

탱자나무가 우거진  좁다란 길을 걷다보면

복잡한 마음이 상괘하게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 곳에는 새들과 곤충들이 제각기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도 쉬지 않고 채소밭을 가꾸시는

늙으신 할머니들의 부지런함을 배울 수가 있었다.

오늘 아침엔 고구마순을 따시는 할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데 밭에 조금 서 있었는데도 덕실거리는 모기들의

습격에 잠깐사이인데도 모자쓴 얼굴과 렌즈를 든 손과, 

어부친 팔뚝에 스무곳이나 물려 가려워서 죽다가 살았다.

"아이구! 모기가 이렇게 많아서 어떻게 일하심니꺼..."

"모기향을 피워지 않으면 일도 할 수  없어예.."

가을빛이 도는 두건을 쓴 할머니의 엉덩이쪽에서

실낱같은 모기퇴치향 연기가 

모락모락 소리없이 풍겨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놀라서 할머니쪽으로 가까이 가서 살펴봤다. 

"우야노! 엉덩이에 불이 붙으면 우짤라 캄니꺼.."

"이래해야만 모기들이 도망간다 아인가베.."

모기 퇴치법 요령도 희한한 방법이기도 했다.

"할머니! 조심하이소!

 모기보다 불이 더 무섭다 아님니꺼.."


   모기와의 전쟁을 불사하며

고구마 순을 따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니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와 언니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들도 밭일을 하느라 허리를 굽혀가며 자식들의 입을

호강시켜 주려고 얼마나 고생들을 하셨는지 모른다.

어릴적에 어머니께서  삶아 주신 고구마도 맛있었지만,

손톱이 까맣도록 고구마순을 한줄기씩 껍질을 벗겨

잔멸치와 볶음 해서 놓으면 밥숟가락과 젓가락이

밥상에서 고마움도 모른 채 맛있게 먹던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 오기도 했다.~~~


  안개가 덮힌 탱자나무에도 노랗게 탱자열매가

오롱조롱 달려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시 사이로 거미들은 가느다란 줄을 쳐서

모기들과 곤충들이 걸려들길 기다리고 있어

조용히 숨어서 성질 급하게 날아 다니는 것들만

포획하여 요리할런지 작은 거미새끼들도 보였다.

어떤 연구에는 거미줄을 겹겹이 꼬으면

말총으로 만든 바이올린 줄보다 더 질기다고 했으니

그들이 꽁지에서 나오는 비단줄(?)의 생산은

참으로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모기와 잠자리들의 영향이 클 것 같은데

그들의 지혜는 알 수가 없어 나그네의 연구대상이다.


  거미들이 밭에서 모기라도 잡아 준다지만 

아무곳에나 은밀하게 줄을 쳐서 감겨들어

혐오스럽게 괴롭히니 주의 할 수 밖에 없다.

  남을 해꼬지하는 거미같은 사람도 더러 있으니

항상 살피지 않으면 눈깜짝할 사이에

속절없이 걸려들어 꼼짝없이 당하기도 한다. 

가제는 게편이란 말이 있지만 자나깨나 구석구석

청결하게 하여 올바르게 판단하고 이행하여

모기,거미는 초전에 박살! (군대 용어) 내야 살리라.

우리들이 모기때문에 거미를 옹호하는 건

미련한  샘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튼, 양쪽 모두를 조심해야겠다.

해외에서 모기에게 물려 발생하는 지카바이러스는

생명을 위협하니 철두철미하게 방어해야 하리라.


  가을이 다가오니 푸르던 은행나무의 가지에도

잎들이 노오랗게 물들어 가도 있었다.

열매들도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잎과 열매가 냄새가 지독해서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있어도

알르지를 일어키는 사람도 있다니 

나무를 만지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괴테님의 '은행잎"이란 시는

두 잎이 하나를 이룬 잎으로

사랑을 말해 주고 있기도 한다.

사랑은 서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 없는 한마음이 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멀리 있어도 뿌리로 사랑을 하는 은행나무의 신비로움이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과 신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노란 은행잎에

동글한 한 알의 은행열매가 안겨서 좋아하고 있었다.

또 바람이 불어 떨어진 두 알의 은행열매도

둘이서 차가운 바닥에 있어도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말자고 속삭이고 있었다.

   렌즈를 든 나그네의 안개낀 아침산책은

만물들이 여물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수확의 고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어지러운 세상의 징조가 다급하게 펼쳐지는 이때에

창조주의 에덴동산의 기적이 다시 새롭게 전개되어

죄악도 없고...원수도 없는...

사랑과 평화만 가득한 상상력 속의

빛나는 천국이 임하는 환상에 사로잡혀 보기도 하였다.


- 안개낀 아침의 산책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