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합의 효과
우리는 왜 다른 이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을까
삶이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직장에서 서로 다른 2가지 관점이
정면충돌하면 격한 상황을 맞게 된다.
여기에는 대단히 심오한 뜻이 함축되어 있다.
"두 사람이 언제나 서로 의견이 같다면
그들 가운데 하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영국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이렇게 성찰한 바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gang von Goethe도
촌철살인과 같은 말을 했다.
"견해가 일치하면 평화롭지만
이의나 반대를 통해 우리는
생산적인 인간이 된다."
얼마나 진실한 말씀인가!
어디를 가나 조화와 화합만 있다면
창의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와 아부만이 판치는 곳에서
새로운 것은 절대 싹을 틔우지 못한다.
새로운 것이란 갈등과 반대가
난무하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물론 대치되는 견해를 버티기가 쉽지는 않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건강한 자아와
둘째로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본인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이런 소리를 들으면
다른 사람도 당장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여기가 십상이다.
이와 같은 자기기만에 대해서는
명칭이 따로 있다.
바로 '허위 합의 효과'다
허위 합의 효과라는 명칭은
사회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인
리 로스 Lee Ross가 이끌던 팀 덕분에 생겼다.
그 팀은 1977년 진행한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최초로 실시한 연구사례에 의하면
실험참가자들은 먼저 책 한 권을 받아 읽어야 했다.
책에는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 싸움꾼들은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실험참가자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2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하게 되는지,
자신이라면 어떤 것을 취할 것인지 의견을 말해야 했다.
리 로스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대다수의 피실험자들은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바고 그들이 내린 것과 똑 같은 선택을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
로스와 동료들은 하던 일을 팽개치고
대학 캠퍼스로 나갔다.
그들은 미리 팻말(샌드위치 보드)을 만들었다.
어떤 식당을 광고하는 문구가
요란스레 장식된 팻말이었다.
"조의 식당에서 드세요."
그들은 무작위로 선정한 학생들에게
30분간 식당광고 팻말을 걸고 다니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학자들이 기대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팻말을 걸치고 교정을 어슬렁거리겠다고
약속한 학생들을 학우들 가운데 62퍼센트가
자신과 똑같이 행동할 거라고 예상했다.
거절의 뜻을 보인 실험대상자들의 경우는
또래 학생들 가운데 67포센트가 자신과 똑같이
거부하는 행동을 취할 거라고 믿었다.
조화와 일치란 어디까지나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신이 지닌 신념의 근거가
얼마나 타당한가와는 상관없이,
그 신념에 대해 매번 우호적인 평가가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경우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일어난다!
오로지 허위 합의 효과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젊은 연인의 경우 처음으로 서로의
의견 차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곧장 행복의 절정에서 추락한다.
직장인은 호감을 느낀 새로 온 동료와
처음으로 불화가 생길 때 혼란을 느끼기 쉽다.
오랫동안 사귄 절친한 친구가
왜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오히려 반대 의견도 고려하게 되며
기대까지 품는다.
도입부에서 훌륭한 사람의
말씀을 인용한 것처럼,
대립 상황은 전적으로 창의적인 자극을 준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논쟁에 대비하려면
미국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인
허버트 베이야드 스워프
Herbert bayard swope의
재치 있는 경구를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는 절친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네게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줄 능력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실패로 이르는지 말해줄 수는 있다.
바로 누군가의 의견을 내 생각과
똑같이 맞추려는 시도다."
-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다니엘 레티히 지음/오공훈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