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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산책

사후판단 편파

샬롬이 2016. 2. 18. 23:35

 

 

 

 

사후판단 편파

 

 

왜 항상 나중에 가서야 더 현명해질까

 

 

 

 

뭐든지 아는 척하는 사람은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데 자기 말이

항상 옳다고 우기는 인간에 비하면

이런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지혜롭다고 믿는 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바로 다음과 같은 경우다.

 

그들은 달걀노른자를 떠뜨리듯

 정곡을 찌르는 지적을 서슴치 않는다.

일기예보를 예로 들어보자.

"흠, 하늘에 구름이 떠 있군,

내가 보기에는 날씨가 곧 돌변할 게 분명해."

그런데 다음 날 날씨가 좋으면

그게 바로 날씨가 돌변한 것이란다.

폭우가 쏟아질라치면 그의 말은

더더욱 들어맞는 셈이 된다.

 

 

오늘의 운세에 나오는 내용과 비슷하다.

"사소한 부주의가 당신의 인간관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툼은 피하고 배우자를 소홀히 하지 마세요."

항상 잘 들어 맞는 점괘다.

만약 배우자와 다퉜다면 신이 전하는

예언의 말씀을 적절한 경고로 받아들일 것이다.

(8 바넘 효과를 보라).

하지만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어디까지나 본인 책임이다.

 

당연히 당신은 운세 따위에 귀 기울일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므로 문제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런 종류의 신화적인 예언을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여기 심리학자들이 '사후판단 편파偏頗라고

일컫는 현상이 끼어든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회고할 때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해보자.

우리는 자신의 진술이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기를 쓰고 새롭게 해석한다.

"내가 날씨가 돌변할 거라 말했던가?

당연, 햇볕이 쨍쨍 내리쬘 거라는 뜻이었지!"

사후판단 편파를 입증하는 전형적인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실험대상자에게 처음에는 불분명하지만 점차

선명도가 증가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대조되는 통제집단은 사진에 나온

물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그런데 연구자는 원래의 실험대상자에게

실험하는 목적을 미리 알려준 뒤 언제부터

사진의 물체를 제대로 인식했는지 물었다.

거의 모든 실험대상자가 일찌감치 알아봤다고 대답했다.

혹자는 그들이 통찰력이 있다는 면모를 보여주려

속임수를 썼다고 말하지 모른다.

사실 그들은 속임수를 썼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신이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고 하자.

의사는 뢴트겐 사진을 살펴보고 종양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바로 이때 사후판단 편파가 두드러진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범인이 분명 더 나은 바법이 있는데도

왜 이를 무시하고 부주의하게 범행을

저지르는지에 관한 의문이 들 때는 특히 그렇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자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5년 피츠버그에 위치한 카네기 멜론 대학교

교수 바루크 피쇼프Baruch Fischhoff는

최초로 사후판단 편파를 연구했다.

그 뒤 이 효과는 기억에 관한 연구에서

자주 등장했다. 예를 들면

2003년《메모리Memory》지 특별판은

아예 사후판단 편파만 다루기도 했다.

사후 판단 편파의 특성을 3가지로 명시되었다.

 

1. 이 효과에 사로잡힌 당사자는

실제로 자기가 한 예언을 틀리게 기억한다.

2. 분명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절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을 바꾼다."그러니까 이것만 가지고는

예측할 수 없다니깐."

3. 어떤 일이든 불가피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단순하게 추측한다.

 

특히 증권거래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잘 나타난다.

주가가 폭락하면 많은 이가 오래전부터

그렇게 될 것을 추측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자기가 투자한 주식을 미리 판다거나

 하락 시기에 열심히 옵션거래를 하지도 않는다.

베를린에 있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은

사후판단 편파가 반드시 나쁜 현상은 아님을 발견했다.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인지 메커니즘이라 간주하는 것이다.

 

그들이 내린 전제는 이렇다.

우리는 실제 원인과 인과관계를

더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잘못된 피드백을 활용하여

본래 자기가 지닌 훌륭함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다

전형적인 자기기만이라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아주 좋은 의도로 그러는 것이다.

계속된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당사자의 인격이나 개성은 이런 식의

자기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사람은 본인이 기대한 대로 주장하며

자기를 과시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들은 다른 이보다 더 빈번하게

올바른 해답을 미리 알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후판단의 편파가 가장 강력히 나타나는 경우는

일종의 독단론으로 기울어질 때다.

그러니까 질서 정연하며

미리 알 수 있는 세계를 확실하게 열망하는

사람들이이런 상태에 잘 빠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정돈된 세계 따위는 추구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다니엘 레티히 지음/오공훈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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