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두는 재미
/김경진 목사
호랑이와 곰이 나무 그늘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
어디나 참견하기를 잘하는 여우가 어찌 이를 놓치라.
옆에 쭈구리고 앉아 구경하는데
곰이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짜증이난 곰이
"야, 넌 왜 기웃거리고 있어?" 하자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갑니까?
구경이나 하는 거죠." 하면서
"아이구 된통 걸렸네요.
일단 마를 옆으로 치우시죠" 했다.
그러자 호랑이가
"저리꺼져. 이게 어디서 훈수야."
그때 아이디어를 얻은 곰이 마를 치우고
졸을 죽이면서 판세를 뒤집어 나갔다.
기껏 차려놓은 밥상에 재를 뿌린데 화가 난 호랑이가
주먹으로 여우를 갈기며 "저리 꺼져" 하자
여우의 따귀가 벌게졌다.
미안했던 여우가 이번에는 호랑이를 도와 주었다.
"상은 뒀다가 뭘합니까?
밥상 차리려구요. 면상 장기인데 상으로 치고 포로 막으쇼" 하는데
이제는 곰이 따귀를 갈기며
"꺼지라니깐, 이게 재수없게스리 어디에서 훈수들고 야단이야" 하는데
여우는 넉살좋게 "훈수두는 재미가 어딘데요.
그러다가 개평이나 뜯을지 아나요" 한다.
장이야 멍이야 하며 계속되는데
벌써 여우의 양볼이 벌겋다나요.
아니, 그런 여우가 있나? 그렇잖으면 누구 이야기인가.
<베드로 묵상>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지만
요즘은 배가 빨리가는 세상입니다.
훈수의 가르침을 잘 활용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훈수의 대가로 개평이나 뜯으려는
소인배들 때문에 놀이판이 난장판으로 타락합니다.
<말씀의 조명>
"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
(잠언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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