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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나라

고독(孤獨)/白石

샬롬이 2014. 7. 10. 15:25

 

 

 

 

고독(孤獨)

 

 

 

/白石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휘파람 호이호이 불며

교외(郊外)로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문득 옛일이 생각키움은 -

그 시절이 조아졌음이라

뒤산 솔밭 속에 늙은 무덤 하나

밤마다 우리를 맞어 주었지만 어떠냐!

 

 

그때 우리는 단 한 번도

무덤 속에 무엇이 묻혔는 가를 알려고 해 본 적도 느껴 본 적도 없었다.

떡갈나무 숲에서 부엉이가 울어도 겁나지 않었다

 

 

그 무렵 나는 인생의 제1과(第一課)를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배웠다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하늘 높히 단장(短杖) 홰홰 내두르며

교외(郊外)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그 날 밤

성좌(聖座)도 곱거니와 개고리 소리 유난유난 하였다

우리는 아무런 경계도 필요없이 금(金)모래 구르는

청류수(淸流水)에 몸을 담갔다

별안간 뇌성벽력(雷聲霹靂)이 울부짖고 번개불이

어둠을 채질했다

다음 순간 나는 내가 몸에 피를 흘리며 발악했던 것을 깨달었고

내 주위에서 모든 것이 떠나 갔음을 알았다

 

 

그때 나는 인생의 제2과(第二課)를

슬픔과 고적(孤寂)과 애수(哀愁)를 배웠나니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깃폭인양 옷자락 펄펄 날리며

교외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낙사랑(絡絲娘)의 잣는 실 가늘게 가늘게 풀린다

무엇이 나를 적막(寂寞)의 바다 한가운데로 떠박지른다

나는 속절없이 부서진 배(船) 쪼각인가?

나는 대고 밀린다

적막(寂寞)의 바다 그 끝으로

나는 바닷가 사장(沙場)으로 밀려 밀려 나가는 조개 껍질인가?

오! 하늘가에 홀로 팔장끼고 우 -뚝 선

저 거무리는 그림자여......

 

단장 : 짧은 지팡이.

손잡이가 꼬부라진 짧은 지팡이. 개화장(開化杖)

낙사랑 : 실을 두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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