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저대로
/김삿갓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쳐 가는 대로 물결쳐 가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고 저대로 부쳐두세
손님 접대는 제 집안 형세대로 하고
시장 흥정은 시세대로 하세
모든 일은 내 마음대로 같지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살아가세
竹詩
金삿갓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風打之竹浪打竹 풍타지죽낭타죽
飯飯粥粥生此竹 반반죽죽생차죽
是是非非竹彼竹 시시비비죽피죽
賓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市井賣買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감상>
별다른 해설이 필요 없다.
단지 '竹'을 훈독(訓讀)해야 제 맛이 난다.
중국인이 이 시를 읽는다면 제 맛이 날 수 없다.
내용은 모든 것을 순리대로 살 것이며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으니
그런대로 살아가라는,
달관한 철학자의 인생관이 들어있다.
김삿갓의 또 다른 시 한편을 감상해 보자.
방랑하면 굶주리기 십상이다.
가난한 집에 가서 대접을 받으며 읋은 시를 읽어보자.
밥상에는 고기가 없으니 채소 반찬이 권세 부리고
부엌에는 땔나무가 없어 울타리 뜯어 땔 판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밥 한 그릇을 나눠먹고
부지간에 나들이 할 때면 서로 옷을 빌려 입는구나
貧吟
盤中無肉權歸菜 반중무육권귀채
廚中乏薪禍及籬 주중핍신화급리
婦姑食時同器食 부고식시동기식
出門父子易衣行 출문부자역의행
- 작자 -
金삿갓(1807~1863): 본명 김병연(金炳淵). 풍자시인.
조부(祖父)가 홍경래의 난 때 선천부사로 있다가
항복한 것을 수치로 여기고 일생동안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팔도를 방랑한 불우한 천재시인.
독특한 해학의 시를 씀. 수많은 한시가 전함.
후인들이 그의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었음.
소설가 정비석이 쓴 '김삿갓'도 있음.
- 한시의 멋과 풍류를 찾아서 <韓.中.日 漢詩 100選> -
-(이상익.이병한.이영구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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