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감동의 글

가난한 자의 눈빛/보들레르(Baudelaire)

샬롬이 2013. 7. 23. 10:31

 

 

 

 

 

가난한 자의 눈빛

 

 

 

/보들레르(Baudelaire)

 

 

 

 

 

내가 당신을 미워하는 이유를 굳이 알려고 하지 마라.

당신이 알아내기 전에 내가 직접 말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당신은 우리가 함께 걸어온 세월이 매우 길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막 걸음을 내디뎠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를 허락했고 같은 생각을 했으며,

우리 두 영혼이 하나라고 믿었다.

이렇게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하며,

모두가 이런 꿈을 꿀 것이다.

하지만 다들 그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당신은 낭만적이다.

그래서 지금 몹시 피곤하지만

얼음같이 차가운 밤공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숍 밖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커피숍 실내 장식이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미완성의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커피숍 안은 매우 눈부셨다.

밝은 조명이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강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벽과 거울 그리고 처마 밑의 도금 장식을 비추고 있다.

또한, 커피숍의 실내 장식도 굉장히 독특했다.

벽에는 시종에게 꽉 묶여 끌려가는 개와

귀부인의 웃음거리가 된 매가 그려져 있으며

선녀와 여신은 과일과 사냥한 짐승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또 헤베(Heb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춘의 여신)여신과

가니메데스(Ganymede,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술시중을 든 미소년)는

팔을 뻗어 수정으로 만든 오색찬란한 쟁반을 받쳐 들었다.

이렇게 역사와 신화가 합쳐진 벽화는

탐식하는 자들의 낙원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당신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아름다운 실내를 뒤로하고 밖에 있는 자리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저쪽에 서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부자지간으로 보였다.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초췌한 아버지는 어린 아기를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마 보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나 보다.

세 부자는 모두 낡아빠진 옷을 입고 있었다.

셋 다 굳은 표정으로 새로 생긴 키피숍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느낌은 저마다 다른 듯했다.

아버지는 "저 커피숍 정말 아름다운걸!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다 저기로 흘러들어가겠군."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고, 큰 아이는 "우와, 정말 예쁘다!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은 저기 들어가 보지도 못하겠지." 라며

체념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아기는 그저 신기한 곳을 구경하는 눈빛이었다.

 

즐거움은 영혼을 아름답게 하고 마음을 온유하게 한다.

적어도 그날 밤만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가족의 눈빛에 감동을 받은 동시에

목마름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큰 술병을 기울이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세 부자를 보았다.

나는 당신의 눈에도 나의 이런 감정이 읽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본 이 아름다움을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당신은 마치 술에 취한 타락한 지배자의 눈을 하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런 가난뱅이들 정말 짜증 나!

당신, 눈 좀 크게 뜨고 봐요.

아직도 시인이랍시고 저 작자들을 쫓아내지 않은 거예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나의 사랑, 나의 천사도 다르지 않다.

 

 

***

가난한 사람의 눈에는 다채로운 세상이 대단히 매혹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매혹적인 물건들이 가득한 세상은

도저히 가까이할 수 없는 환상의 세상일 뿐이다.

사치하는 세상에서 오랫동안 가난하게 생활한 사람들은 대부분 선량하다.

그러나 그들은 사치스런 세상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막연한 눈빛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감각은 생소하고 특이하다.

반면에 부자들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할 뿐이며,

가난한 자들을 냉대하고 멸시한다.

'부자가 되려면 모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난한 사람은 선량하다.'는 말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난한 사람의 다뜻한 눈빛이

부자들의 동정심을 일깨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