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감동의 글

가지 않은 길/파울로 코엘료

샬롬이 2013. 8. 5. 03:40

 

 

 

 

 

 

 

가지 않은 길

 

 

 

 

/파울로 코엘료

 

 

 

 

프랑스 시골 마을의 방앗간을 개조한 우리집과

이웃집 농장 사이엔 나무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얼마 전 옆집 노인이 나를 찾아왔다. 이 양반, 한 일흔 살은 되지 않았을까.

가끔 그와 그의 아내가 들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쉴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인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우리집 나무의 잎들이 자기 네 지붕 위로 떨어져 쌓이니 나무를 베어달라고 말했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십 년 안에 지붕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일단 그에게 커피나 한잔 하자고 권했다. 그리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바람이 불거나 장마가 지는 여름이 오면 낙엽은 씻은 듯 사라져버릴 텐데,

그래도 지붕에 피해가 간다면 그때는 지붕을 고칠 돈을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옆집 노인네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정 그렇다면 농장을 나한테 팔라고 제안했다.

"내 땅은 팔 문건이 아니오." 노인은 말했다.

"그 돈이면 시내에 멋진 집도 장만하고, 부인과 함께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을 텐데요. 겨울 추위도, 흉작 걱정도 없을 거고요."

"그 농장은 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오. 이 나이에 가긴 어딜 가."

노인은 시내에서 전문가를 불러 상황을 보여주고 판단해달라고 하자고 제안했다.

명생이 이웃인데 그러면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지 않겠느냐고.

  그가 돌아간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만물의 모태인 자연을

마구잡이로 대하는 그를 탓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왜 땅을 팔지 않겠다는 거지?

그날이 가기 전에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노인의 삶에 펼쳐진 이야기는 지금까지 단 하나뿐이었고,

그는 그것을 바꿀 맘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내로 이사한다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관이 적용되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바꾸기에 그는 자신이 너무 늙었다는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웃 노인뿐일까?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럴 게다.

때로 우리는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조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기회가 와도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웃 노인이 익숙해하는 공간은 오로지 그의 농장과 마을뿐이고,

그러므로 그에겐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너나없이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믿으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을 또 대학에 보낸다. 그런 삶을 되풀이하며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난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 라고.

  사회학과에 다니는 딸을 졸업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일하던 내 단골 이발사가 떠오른다.

그의 딸은 졸업장을 따고 여기저기 취업문을 두드린 끝에 시멘트 공장에서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이발사는 여전히 입버릇처럼 뿌듯하게 말한다.

"우리 딸은 대학을 나왔어요."

 내 친구들과 그 자녀들 대부분도 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던 일자리를 얻었을까? 그 반대다.

그들은 대학만 가면 인생이 풀린다고 믿던 시절, 뭐라도 되려면 대학졸업장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솜씨좋은 정원사,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들이 사라져갔다.

이제 이 모든 걸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아닐가.

의사, 엔지니어, 학자나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대학에 가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 대답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로 대신하겠다.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겁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잠깐. 이웃집 노인과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전문가가 와서 뜻밖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프랑스 법에 나무를 심으려면 이웃의 대지로부터

 최소 삼 미터 이상 간격을 두어야 한다는 그런데 우리 나무는 옆집으로부터

불과 이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나무를 베어내야만 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