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꽃(카네이션)
/정습명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해서
동산에 가득히 심어서 기른다
그렇지만 황량한 들판에도
예쁜 꽃 피어난 줄은 아무도 모르네.
그 빛깔은 시골 연못에 달빛이 스민 듯
향기는 언덕 위 나무 향기를 바람결에 풍겨 온다.
땅이 후미져서 귀한 분들 오지 않아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맡긴다.
<감상>
세상사람들은 부귀영화를 좋아하기에 모란꽃을 가꾼다.
그러나 들판에 피어난 패랭이꽃 (카네이션 재래종)은
연못에 달이 스민 듯 곁은 붉어도 속은 희빛 아련하고,
은은한 향기는 언덕 나무들 냄새 같은 꽃.
외진 곳에 피기에 귀한 분 만나기 어려워도
애교 부리는 데는 농부만으로도 족하다네.
고려 중기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작자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조촐한 삶, 소박한 미가 곧 한국인이 찾고자 하는
전통적인 삶의 자세가 아닐까?
요즈음 현대인들도 정원에 피는 꽃보다 야생화를 즐겨 찾는다.
바로 이 시인과 동심이라 하겠다.
정습명(?~1151) : 고려 의종(毅宗)때의 중신. 향공(鄕貢)으로 문과에 급제.
한림학사.최충(崔沖), 김부식(金富軾)과 시폐 십조(詩弊十條)를
인조(仁祖)에게 올렸으나 거부당했음. 의종 즉위 후 선왕의 유명(遺命)을 받들어
거침없이 간(諫)함으로써 왕의 미움을 삼. 또 폐신(嬖臣)들의 무고가 있자 자결함.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러운 노래라도 부르자/노천명 (0) | 2013.07.02 |
---|---|
비파행(琵琶行)/백거이(白居易) (0) | 2013.06.30 |
여산의 참 모습/송 쑤스 (0) | 2013.06.27 |
철원에서, 어느 자서전/고은 (0) | 2013.06.25 |
화살과 노래/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0) | 201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