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든 것의 뿌리
/빈센트 반 고흐
테오에게...
오늘 아침,
꽃이 핀 자두나무가 있는 과수원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멋진 바람이 불어오더니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광경을 보았다.
그럴 때면 작고 하얀 꽃일들이 햇빛을 받아 불꽃처럼 반짝이곤 한다.
그 장면 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순간순간 땅이 진동하는 걸 바라볼 각오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 하얀색 화면에는 파란색과 라이락 색, 노란색이 많이 있다.
하늘은 하얗고 파랗다. 그러나 이렇게 야외에서 그린 작품에 대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기다려볼 일이다.
별로 이익이 안 되더라도 탕기 씨에게 물감을 주문할 걸 그랬다.
아주 재미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이따금 그분 생각이 난다.
혹시 만나게 되거든 내가 안부를 묻더라고,
그리고 가게에 진열할 그림일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좋은 걸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꼭 전해다오.
요즘은 사람이야말로 모든 뿌리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우울한 감상이 영원히 지속된다 할지라도,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물감과 석고가 아니라
사람의 살과 피로 작업하는 게 더 가치를 갖는지도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는 그림을 그리거나 사업을 하는 것보다
아이를 낳는 게 더 가치 있는 삶이겠지.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역시 나처럼 일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다른 친구들을 생각하면,
나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상주의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모두 쉽게 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과감하게 아주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색채는 아주 부드러워진다.
내가 주문한 물감들, 즉 오렌지색, 노란색, 레몬색,
프러시안 블루. 에메랄드 그린, 번들거리는 빨간색,
베로네즈 그린 등은 마리스, 모베, 이스라엘스 같은
네덜란드 화가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았던 색이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에서만 그런 색을 찾을 수 있는데,
그는 거의 사용이 금지되다시피 한 레몬색과 프러시안 블루에
특히 광적으로 열중해서 그 두 가지 색으로 뛰어난 작품을 그렸다.
18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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