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감동의 글

쇠가 뜨거울 때 두들기는 수밖에/빈센트 반 고흐

샬롬이 2013. 4. 8. 15:20

 

<꽃이 핀 복숭아나무> 65x81cm.  1888년 4월. 캔버스 유채

 

 

 

 

 

쇠가 뜨거울 때 두들기는 수밖에

 

 

 

/빈센트 반 고흐

 

 

 

테오에게

 

 

  여전히 꽃이 만발한 과일나무를 그리느라 바쁘다.

이곳의 공기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너도 이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그 덕분에 코냑 한 잔만 마셔도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고,

따로 자극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피가 잘 돌고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유일한 문제는 위가 너무 약해졌다는 것인데,

참고 기다리면 좋아지겠지.

   올해는 바라던 대로 그림이 나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과일나무를 하나 그렸는데, 분홍색 복숭아나무 그림과

창백한 분홍색의 살구나무 그림만큼 자 그려졌다.

지금은 수많은 검은색 가지를 뻗고 있는 연노랑의 자두나무를 그리고 있다.

캔버스와 물감을 무척 많이 쓰고 있는데,

단순한 돈 낭비가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달은 너에게나 나에게나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네 사정이 허락한다면

꽃이 핀 과일나무 그림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싶다.

지금도 열심히 그리고 있지만,

같은 소재로 적어도 열 점은 더 그려야 할 듯하다.

   너도 알다시피 나의 작업은 변덕이 아주 심하다.

과일나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지금의 열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다음에는 경기장 그림을 그릴지도 모른다. 그후에는 데생을 많이 하고.

 

   일본 판화의 양식에 따라 무언가를 그려보고 싶다.

쇠가 뜨거울 때는 두들기는 수밖에 없지 않겠니.

과일나무 그림은 20호, 25호, 30호 캔버스에 그리고 있어서,

작업을 끝내면 많이 지칠 것 같다.

그래서 아주 많이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너도 분홍색 복숭아나무들이

아주 열정적으로 그려졌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이프러스나무 옆으로, 혹은 잘 익은 밀밭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고 싶다.

이곳의 밤은 지독하게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걸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식으로 1년을 보내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대쯤이면 건강이 나빠져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며칠동안 꽤 아플 때가 있는데,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게 모두 지난겨울,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을 했기 대문이다.

이제 피가 맑아지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다.

   내 그림의 가격이 경비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경비를 넘어선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까지 사용한 돈이 얼마인지 생각해 보면......

아, 그래, 꼭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네가 불평한 적이 없었지.

그러나 미리 말해 두겠는데,

지금 같은 속도로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 것 같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작업을 하고 있거든.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말을 해라.

즉시 유화를 그만두고 경비가 덜 드는 데생을 하마.

별다른 이유 없이 너를 궁지에 몰아넣어서는 안 될테니까.

원하는 곳에 잠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파리와 달리,

이곳에서는 그림 그릴 소재가 아주 많고 여러 방식의 습작이 가능하다.

 

 1888년 4월 9일

 

 

 

 

 

 <꽃이 핀 자두 나무> 55x65cm. 1888년 4월 캔버스에 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