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오리/백석(白石)

샬롬이 2013. 1. 18. 14:30

 

 

 

 

 

 

 

오리

 

 

 

 

 

/백석(白石)

 

 

 

 

 

 

 

오리야 네가 좋은 청명(淸明) 밑께 밤은

옆에서 누가 뺨을 쳐도 모르게 어둡다누나

오리야 이때는 *따디기가 되어 어둡단다.

 

아무리 밤이 좋은들 오리야

해변벌에선 얼마나 너이들이 욱자지껄하며 *멕이기에

해변땅에 나들이 갔든 할머니는

오리새끼들은 *장뫃이나 하듯이 떠들썩하니 시끄럽기도 하드란 숭인가

 

그래도 오리야 호젓한 밤길을 가다

가까운 *논배미 들에서

까알까알 하는 너이들의 줄거운 말소리가 나면

나는 내 마을 그 아는 사람들의 지껄지껄하는 말소리같이 반가웁고나

오리야 너이들의 이야기판에 나도 들어

밤을 같이 밝히고 싶고나

 

 

오리야 나는 네가 좋구나 네가 좋아서

벌논의 눞 옆에 쭈구렁 벼알 달린 짚검불을 널어놓고

*닭이짗 올코에 *새끼달은치를 묻어놓고

동둑넘에 숨어서

하로진일 너를 기다린다

 

 

오리야 고운 오리야 가만히 안겼거라

너를 팔어 술을 먹는 노(盧)장에 영감은

홀아비 *소의연 침을 놓는 영감인데

나는 너를  백동전 하나 주고 사오누나

 

 

나를 생각하든 그 무당의 딸은 내 어린 누이에게

오리야 너를 한쌍 주드니

어린 누이는 없고 저는 시집을 갔다건만

오리야 너는 한쌍이 날어가누나

 

 

 

*띠디기: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 무렵.

*멕이기에: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다'는 뜻의 평북 방언. '쏘다니다' 의 뜻으로도 쓰임. 

*장뫃이 : 장날이 되어 장터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붐비는 것.

*논배미 : 논의 한 구역으로 논과 논 사이를 구분한 것.

*눞 : 진흙탕. 늪. 못.

*닭이짗 올코 ; 닭의 깃털을 붙여서 만든 올가미.

* 새끼달은치 : 새끼다랑치. 새끼줄을 엮어서 만든 끈이 달린 바구니.

*동둑 : 못에 쌓는 큰 둑. 동둑. 방죽.

*하로진일 :하루종일.

*소의연 :소의원. 소의 병을 침술로 낫게 해주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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