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거룩한 밤에/박목월

샬롬이 2012. 12. 24. 13:39

 

 

 

 

 

 

 

거룩한 밤에

 

 

 

 

 

/박목월

 

 

 

 

 

 

 

마음에 평화를 주십시오.

눈이 쌓이는

들판과 같이 숲 속과 같이

인류의 마음 속에 오늘 밤

끝없이 풍성한 평화를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산다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시련과

고된 고역과

구속과 의무에 짓눌리는

가파른 고빗길이라 하더라도

종내

당신에게 영광을 돌리려는

사랑의 길임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실로

지난 발자취는 눈으로 덮이고

풀은 마르고 꽃은 더어지되,

오직

진리의 말씀만은 세세토록 있게 됨을

믿게 하여 주십시오.

마음 속에 소망이 싹트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서서있는 자에게나

누워있는 자에게나

당신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있는 자에게나

갇혀있는 자에게나

풀려있는 자에게나

심령에 환한 소망의 불이 밝혀지고

풍성한 평화를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 겨례를 축복하여 주십시오.

가난과 후진성을 탈피하고

70년대의 꿈과 결의로 부푼

우리들

내일에의 전진을 위하여 발돋움하는

오늘 밤의 안식과 평화 속에

새로운 샘물이 고이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찬란하게 별자리가 널려있는

무궁한 조국의 산하

골짜기마다

단란과 평화가 깃들게 하여 주십시오.

국토의 기슭을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도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게 하여 주십시오.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통일과 번영을 다짐하는

약동하는 조국

3천만의 겨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은 꿈은 작은 꿈대로 이루어지고

큰 꿈은 큰 꿈대로 성취되고

불이 밝혀진 차에도

꺼진 창에도

오늘 밤의 거룩한

당신의 빛이 서려

하늘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여 주십시오.

참으로

믿음으로써

우리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거짓없이 형제를 사랑하고

이웃과 화목하고

거듭난 것이 썩지 않는 시앗이 되어

지상에 평화

하늘에 영광을 돌리는

이 거룩한 밤을

사랑과 평화와 소망으로

경건하게 맞이하게 하여 주십시오.

정숙하게 맞이하게 하여 주십시오.

 

 

 

 

 

 - 박목월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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