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
/박목월
오일 스토브 앞에
의자를 당겨 놓고
지난 겨울을 보냈다.
불꽃을 지켜보며
밤이 되어도
등불을 켜지 않았다.
타오르는 생명의 소란스러움도
신성의 신비의 베일도
물어갔다.
다만 불꽃의 중심을 지켜보는
나의 얼굴에
빛과 어둠의 흐늘흐늘한
불꽃무늬가 얼룩졌다.
때로는 신의 그것과 같은
때로는 악마의 그것과 같은
나의 얼굴의
양극의 진실은
우리의 것이다.
극의 정적은 서로 통하고
커어튼 밖에는
따 끝까지 눈이 뿌렸다.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0) | 2012.12.22 |
---|---|
눈송이/롱펠로 (0) | 2012.12.12 |
소네트 53/셰익스피어 (0) | 2012.11.30 |
눈/엘뤼아르 (0) | 2012.11.29 |
부모/김소월 (0) | 2012.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