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의 부패와
은혜의 능력에 대하여
/토마스 아 켐피스
1. 오 주 하나님이시여,
당신께서는 저를 당신의 형상대로 만들어 주셨사오니(창 1:26),
제 구원을 위하여 꼭 필요하고 중요한 당신의 은혜를 제게 허락하사,
저를 죄악과 멸망으로 이끄는 제 악한 본성을 극복하게 하소서.
2. 저는 제 지체 속에서 죄악의 세력이 제 마음의 법과 싸워(롬 7:23)
저를 여러가지 일 가운데 감각적인 욕망에 굴복하는 종으로 이끄는 것을 느끼나이다.
당신의 은혜가 제 마음 속에 충만하게 부어져 저를 도와주시기 아니한다면
저는 이러한 욕정에 대항할 능력이 없나이다.
3. 어려서부터 악한 (창 8:21) 사람의 본성이 극복되기 위해서는
당신의 은혜, 즉 진실로 충만한 은혜가 필요하나이다.
4. 최초의 인간이 아담으로부터 사람의 본성은 악에 기울어지고
죄로 타락하여 이러한 죄의 값으로 받는 형벌이
대대로 전 인류에게 내려오게 되었나이다.
사람의 본성이란 원래 당신에 의하여 선하고 정의롭게 창조되었으나
이제는 죄악과 타락된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대명사가 되었사오니,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점점 더 악에 물들고 비천한 것으로 기울어지고 말 것이옵니다.
5. 지금 남아있는 본성의 작은 불빛은 말하자면
타다 남은 재 속에 숨어있던 하나의 불티같은 것에 불과합니다.
6. 이것이 곧 본성 속에 남아있는 이성 그 자체로서,
비록 선과 악을 분별할 줄 알고 진실과 거짓을 가릴 줄 아나,
깊은 어두움으로 싸여있어 판단한 대로 행함에는 무력하며,
더 이상 진리의 충만한 광명을 누리고 건전한 사랑을 즐기기에는
한없이 무력할 뿐이옵니다.
7. 오 나의 하나님,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며(롬 7:22),
당신의 율법이 선하고 공의롭고 거룩한 것을 알고,
모든 악과 죄악을 물리치고자 하나이다.
8. 그러나 아직도 제 몸은 죄악의 법을 따르며
이성보다는 감각적인 욕망에 굴복하고 있나이다.
9. 그러므로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나이다(롬 7:18)
10. 저는 종종 여러가지 선한 일을 계획하오나
저의 연약함을 돕는 당신의 은혜가 없기 때문에
조그마한 장애물에도 곧 실패하거나 넘어지고마나이다.
또한 완전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가 알고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 지를
분명히 보면서도 제 자신의 부패와 타락으로 좀더 완전한 데까지 이르지 못하나이다.
11. 오 주님, 제가 선한 일을 시작하여 그것을 계속 밀고나가
마침내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당신의 은혜가 얼마나 제게 필요하온지요.
당신의 은혜가 없이는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사오나(요 15:5),
당신의 은혜가 제게 힘을 주시고 담대하게 붙들어 주실 때에는,
제가 당신 안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나이다.
12. 오 참으로 자비로우시고 충만한 은혜를 내리시는 주님!
은혜 없이는 우리가 행하는 가치있는 행동들이 사실상 아무것도 아니며
본성에 부여된 어떠한 재능도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즉 우리가 지닌 예술과 풍요, 아름다움과 힘, 지혜나 웅변,
이 모든 것들이 오 주님,
당신의 은혜 없이는 당신 앞에 아무런 가치도 없나이다.
13. 자연의 선물은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공통된 것이오나,
당신이 택하신 자들에게는 특별한 선물로 사랑과 은총을 베푸사
이처럼 축복받은 사람들은 영생의 반열에 들게 하셨나이다.
14. 이러한 은혜는 참으로 고귀하고 뛰어난 것이오니,
예언하는 능력이나 이적을 행하는 능력,
깊은 사색과 명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당신의 은혜 없이는 존경받을 만한 아무런 가치도 없나이다.
아니, 믿음이나 소망 또는 훌륭한 미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당신의 은혜를 떠난 것이라면
당신이 받으실 만한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고전 13:13).
15. 오, 은혜는 심령이 가난한 자를 덕으로 풍요롭게 하시며
마음이 겸손한 자를 수많은 선행으로 부요하게 하시나이다.
은혜여, 제게로 내려오사 제 영혼이 마음의 피로와 황폐함으로 인하여
쓰러지지 아니하도록 매일 아침 저를 당신의 위로로 채워 주시옵소서.
16. 오 주님, 제가 당신께 원하옵나니
당신 앞에서 제가 은혜를 얻게 하옵소서.
비록 본성이 갈망하는 아무것도 제가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오직 당신의 은혜는 제게 족하나이다(고후 12:9).
17. 비록 어떠한 유혹과 환난이 저를 괴롭힐지라도
당신의 은혜가 저와 함께 하시는 한,
저는 어떠한 재난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옵니다(시 23:4).
오직 당신의 은혜만이 저의 힘이요,
제게 가르침을 주시고 저를 도와주시나이다.
18. 당신의 은혜는 모든 원수들보다도 더 강하며,
어떤 지혜로운 자보다도 더 지혜롭나이다.
19. 당신의 은혜는 진리의 주인이요, 도리의 스승이고,
마음의 빛이며, 고난의 위로가 되십니다.
또한 슬픔을 쫓아버리고 두려움을 몰아내시며,
경건한 신앙을 길러주시고 회개와 눈물의 원천이 되시나이다.
20. 당신의 은혜가 없다면,
저는 한조각의 마른 나뭇가지에 불과하며
단지 불속으로 던지우기에 합당한
무익한 나무가지에 불과하나이다(요 15:6).
21 오 주님,
그러므로 당신의 은혜가 저를 인도하시고 저를 따르게 하사,
당신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항상 선한 일에 힘쓰도록 저를 이끌어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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