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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글

이분법의 탈구축, 개짱이/ 이어령 교수

샬롬이 2010. 10. 18. 22:02

 

 

 

2, 이분법의 탈구축, 개짱이

 

 

 

뽕도 따고 님도 보는 문화

 

 

 한국판 버전<개미와 베짱이>는 어떻게 될까, 그것이 궁금하지요?

   앞의 이야기들은 가기 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은 패러다임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희랍 때부터의 버릇이지만, 개미와 베짱이를 일하는 것 Work 과

노는 것 Play, 생산자와 소비자의 흑백 구도로 나누었다는 점에서는

각 나라의 이야기에 별 차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프랑스 작가 라퐁텐의 우화에서는 비록 구소련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개미와 베짱이의 두 존재가 서로 결합하는 상태까지 이릅니다.

"당신이 여름내 노래를 들려줘서 우리는 고단함을

모르고 멸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자, 여기에 당신 몫이 있습니다" 라며

음식을 나눠주는, 베짱이와 공생하는 개미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라퐁텐의 우화라고 해도

여전히 개미는 일하는자, 베짱이는 노는 자로 양분되기는 마찬 가지입니다.

단지 생산과 소비, 노동과 놀이의 두 가치가 대립이 아닌 

상호작용으로 풀이돼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그런 발상을 학구적으로 나타낸 것이 이른바 ` 문화 경제학` 이니

`문화 자본주의`니 하는 말들입니다. 베짱이의 놀이와 노래 자체가 개미의 영역인

경제 활동에 편입되어 있는 것입니다.

   세계 선진국들의 가계비 통계를 보면 불과 몇 년 사이에

교육과 오락 등의 문화 활동에 지충되는 비용이 식료와 생필품 구입 비용을 웃돌고 있으며

그 성장률도 수직상승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베짱이의 시대가

오히려 개미를 압도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일과 놀이의 경계를 해체한 한국의 개짱이들

 

 

   이러한 이분법이 종언하고 그 경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진정한 융합문화가 생겨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인의 `노동=놀이`관을 한마디로 나타낸

 `뽕도 따고 님도 보고` 라는 속담입니다.

혹은 "쉬엄쉬엄 일하다"처럼 쉬는 것과 일하는 것이 같은 리듬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상태지요.

이러한 노동=놀이를 이솝 우화에 대입하면 그 우화 자체가 해체되고

개미와 베짱이는 하나로 매시 업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개짱이` 입니다. 한국인이 개짱이라는 점을 객관화하기 위해서

가까운 일본인과 비교해 봅시다. 잘 보세요. 무엇이든 하나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 경계 안에서 외곬으로 파고드는 것이 일본인들의 일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인들이 잘 쓰는 `잇쇼겐메 `라는 말은 영주에게 내려 받은 땅 하나를

목숨을 걸고 지키며 일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하는 형태로 보자면 일본 사람들은 `꿀벌형`이라고 한국 사람들은 `나비형` 입니다.

배우는 것과 노는 것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꿀벌형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비형 인간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간다는 뜻입니다.

나비의 날개는 꿀을 따오기 위한 운반 기능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능 못지않게 춤을 추면서 사랑의 발신과 수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작용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비들은 꿀벌처럼 일직선으로 꽃을 향해 날아가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곡선을 그리면서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다니지요. 끝없이 자신의 위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암컷이 앞뒤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야를 바꿔보면 보이지 않은 것이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랑을 찾는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뽕도 따고 임도 보는 `나비 개짱이`입니다.

이러한 개짱이의 등장은 근대 이전의 낡은 유물이 아니라

시대의 최첨단을 달리는 실리콘 밸리의 풍속이지요.

   실리콘 밸리의 벤처리스트들이 모두가 개짱이라는 사실은

 `실리콘 밸리의 마돈나`로 불리며

인터넷 자바 기반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림바사 창업자이기도 한 킴 폴리세의

말이 입증해줄 것입니다. 그녀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언제나 일을 하면서 춤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춤을 출 때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는 뜻도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