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나무들/김남조

샬롬이 2018. 4. 5. 11:56






나무들




/김남조




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줄 뻗치는 별빛을

지하로 지하로 부어내림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


보아라


*지순무구

나무들의 사랑을 보아라

머잖아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남게 될 일을

이들은 알고 있어

알고 있는 깊이만큼

사랑하고 있어



*지순무구:

더없이 순결하고 깨끗하다.



<시의 해설>


이 시를 읽고 우리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알고 있는 깊이 만큼/사랑하고 있어'라는

구절을 깊이 읽어 보라.

우리 사람들은 서로 알고 있다고

사랑하고 있는가?

우두커니 말없이 서 있는 푸른 나무를 보고

우리에게 '사랑하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일 뿐이며, 그 시인의 마음과

시선을 되새겨 보아야 할 듯 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민예원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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