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습작<글>

*딱새와 나그네의 아침! <동영상> /작은천사

샬롬이 2016. 8. 17. 13:05








딱새와 나그네 아침!!!  <동영상>

(원의 골목길에서~)



/작은천사



 이글거리는 태양은 아침부터 뜨거웠다.

광복절이라 거리는 조용했으나 집을 건축하시는

일꾼들의 망치소리는 대장간의 쇠를 달구는 것과 같았다.

소나기라도 한줄기 따라 주길 바라며

양산대신 분홍색 우산을 쓰고 걷노라니

푸른 하늘에 흰구름만 동실동실 웃고 있었다.

조그만 걸어도 콧끝에서부터 몽글몽글 땀방울이 맺혀

인중까지 흘러 입안으로 스며들어 짬조름하게 되기도 했다.

뙤약볕은 사정없이 등짝에 땀샘을 자극하는 바람에 

"아우! 나 죽겠소! 그만 물러가 주이소마!" 

나그네는 집에 두고온 부채바람을 그리워했다.


  소나무의 가지엔 까치 한 마리가 누굴 기다리는지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며 목이 메이고...

태극기가 꽂힌 감나무집앞 리어커의 손잡이에 앉은 딱새도

한여름이 힘겨운지 도와줄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능소화꽃들 사이로 누굴 선택하여 꿀을 딸지 망설이는

호랑나비는 나그네의 렌즈를 의식한 듯 우쭐대며

요리조리 숨박꼭질을 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렌즈가 고개를 돌린사이에 살포시 꽃에 앉아

지칠줄 모르고 꿀을 뜨고 있었는데 누굴 줄련가?...


  원의 골목길은 시간이 나는대로 풀들을 뽑아주어도

어디서 그렇게 힘이 솟아나는지 하루종일 내려 쬐는

땡볕에도 도무지 시들지 않고 무성하기만 했다.

벌레들도 잡풀들을 공략하지 않고 

쓸만한 꽃잎들만을 골라서 다 망쳐놓는 만행을 부렸다. 

돌틈사이로 붉은 벼슬을 달고 있는 맨드라미꽃이

깨알같은 씨앗을 품고 좁은 길목에 오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줄런지 빼꼼이 내다 보기도 했다.

  나그네는 여름내 돋아나는 잡풀을 제거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먹었다가도 모기들의 끈질긴 횡포에

두 팔을 걷어 붙이기가 겁이났다.

쓸데 없는 것은 깔끔하게 뽑고 정리해야 되는데 말이다.

뽕나무도 가지치기를 해주었지만 얼마나 잘 자라는지

지붕위를 덮칠 기세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함부로 경계선을 넘으며 침략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어 톱도 아닌 칼로 몇 가지를 손을 보았다.

버릇없이 아무때나 뽕뽕거리면 안되니깐... *^^*


 아침에는 골목길이 그늘이 드리워 시원했다.

아! 이게 왠일인가?..

너무 반가운 친구가 나타났다!

작고 귀여운 딱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는지 두리번거리며

골목길에 서성이고 있는 게 아닌가!...

잠시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니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돌위에 서서 사방을 살피며 넌즈시 관망하다가 어느사이

두 다리를 보도블록 칸을 폴짝폴짝뛰며 벌레를 발견하여

재빠르게 부리로 덥석 낚아채어 삼키고 있었다.

개미들이 줄을 지어 단백질이 가득했던 벌레를 끌어다

겨울채비를 할 참이였지만 현실이 급급한 딱새의 눈은

그것을 방치하며 빼앗길 수 없는 사정이였다.

개미들은 울상이 되었지만 딱새는 단백질 많은 벌레로

날개의 힘을 최대한으로 돋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힘의 원천임에 분명했다.


 아무말없이 눈치로만 살아온 딱새인지

전깃줄을 타고가는 산머루에서 떨어지는 열매가

입으로 골인이 되었지만  뱉어내기도 했다.

아마도 쌉싸래한 것보다 고소한 벌레의 맛이 좋은 모양이었다.

몸에 좋은 것이 어느 것일까? 골똘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딱새의 모습은 영리해 보였다.

나그네도 쓴 것을 싫어하고 달콤한 것만 좋아하니

딱생의 행동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딱새야! 가리지 말고 골고루 섭취하여

 꿈꾸는 하늘을 비상하고 또 비상하여레이~

 그라고 좋은 짝도 만나서 알콩달콩 살아다오!"

둘이서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는데..

갑짜기 색깔이 고운 남딱이 나타나서 고개짓을 하니깐

금방 함께 어디론가 날새게 날아가 버렸다.

나그네는 섭섭함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아! 이별은 말릴 수 없는 시간이였지만

짝을 찾아가는 딱새에게 "오! 나를 잊지마오!" ^(^


 올해의 더위는 봄부터 무더웠다.

담밑에 촘촘하게 박힌 붓꽃의 뿌리들이

해마다 칼날같은 잎들이 돋아 골목길을

청초한 잉크빛 붓꽃으로 장식해 줬다.

잎줄기마다 꽃봉리가 맺혀 피어날때면

소녀적인 감성에 젖어들어 머릿속에 감추어진

시귓절이 꽃잎마다 뱅글거리며 맴돌게 하기도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잎들이 싱싱하여 

어느 누구도 침범치 못하도록 단단하였는데

며칠사이에 괴상한 벌레들이 마른잎을 뒤집어 쓰고

잎들을 다 갉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살충제로 뿌려 보았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야! 너거들 어디서 나타나서 붓끝(?)을 망치는공?

여기가 어디다고...어서 물러가렸당!" 호령을 쳐보았다.

붓꽃들이 말라가면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서 더 강력한 무기(?)를 구해야함을 느꼈다.

"우짜꼬!  붓꽃들아! 조금만 참으라..

 고난을 통해 더 단단한 뿌리들이 단련될테니깐.."

해마다 저절로 자생하여 꽃을 피우던 나리꽃들도

줄기마다 진딧물이 들어 호랑나비들이 별로 관심을 주지않아

골목길에 핀 꽃들의 사정은 말할 수 없는 고통 여름날이였다.

"야들아! 모두 힘내거레이...

 잡벌레들을 소탕하여 너희들을 보호해 줄께..알겠지!"

나그네는 말라가는 꽃들에게 내년을 약속하기로 했다.

보일듯 말듯 거미들도 거미줄을 쳐서 모기를 잡을 기세였지만

모기들은 여전히 앵앵거리며 나그네의 발목과 팔뚝을

사정없이 습격하여 붉은 반점이 생기도록 가렵게 했다.


  이런저런 현실에 당한 일들을 보며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딱새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산수유 가지에

날아가 앉아 매미들의 합창에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함께 사랑의 눈짓을 하며 날아갔던 짝꿍은

어느사이 다른 곳으로 날아갔는지

나무가지에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지만....

딱새는 홀로 유유자적하게 심신을 달래고 있는 모습이

어쩌면 애닮픔이 가득 배여있는 한가로움이 느껴졌다.

나그네도 그늘진 곳에서 땀방울을 훔쳐내며

Mozart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C장조 K.299협주곡으로

딱새와 함께 감상하며 그의 깜찍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오! 주여!

 이 땅에 평화를 주옵소서!

 죄의 사슬에서 벗어나

 참자유를 얻게 하시어

 영육이 소생하게 하시옵소서!"



-광복절 아침에 만났던 딱새와 

골목길의 현상을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