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김경진 목사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하며
사슴이 노래를 부렀다.
무덤을 베고 누웠던 여우가 하늘을 보니
정말로 달이 허옇게 떠있는지라.
달을 보면서 "미친 놈의 달이지,
대낮에 저렇게 멀겋게 떠있으면
누가 알아준대?
달이야 밤에 봐야 제 맛이고
밤이라야 광채가 나고 폼이 나지" 하고 빈정대었다.
그러자 사슴의 노래가 쑥 들어갔다.
여우가 무드를 팍 깨버린 것이다.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부르라 해도 김이 샌 사슴은
얼굴이 벌게 가지고 시큰둥해 있었다.
누군가 말을 꺼내야 분위기가 살아날텐데
아무도 말이 없으니 짐승들 사는 동네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호랑이가 어른이었다.
담뱃대를 툭툭 치면서
"좌우간 여우가 분위기 깨는 데는 무언가 있어. 도사지.
그런데 요즘 것들은 어째서 영화부터가
거저 쏘고 부수고 터지고 깨지고.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닌텐도 게임이니
무슨 영화나 비데오를 봐도 무드가 없고 감동이 없어.
낮에 나온 반달을 우습게 보기 보담
거기에 감정을 넣어보는 게 어때서 말이 많아.
야, 여우 너도 책 좀 읽어.
맨날 동전 바꿔서 비데오 게임이니
컴퓨터 게임이니 하지 말고......
좌우가 우리 사는 이 시대는
참으로 이상한 시대야"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베드로 묵상>
우리의 2세들이 한국의 고전문학을 읽을 수 있다면,
가야금이나 퉁소의 음을 음미할 수 있다면,
동양화와 서예의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고전무용 탈춤의 멋을 감상할 수 있다면
그들은 세계적인 문화시민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말씀의 조명>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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