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지식(半面之識) <사진>
(서로 깊이는 알지 못하는 사이)
/작은천사
소낙비가 내린 늦은 오후의 산허리엔
운무로 깔려 있다가 차츰 사그라들면서
산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수한듯이 말끔한 푸르른 산이 논에 심겨진
넘실대는 벼들과 어울려 보기에 참 좋았다.
강둑길에서 바라본 강물도 어디론가 흘러가느라
노란 수초꽃들이 방글거려도 못 본체하기도 했다.
강의 중간에 놓인 쉼터에서는
원앙이와 자라가 서로 가까이에서 우정을 나누는 것 같았다.
오리도 수초따라 한쪽에서 놀고, 왜가리도 혼자서 허리 구부러
고독을 씹고 있었지만, 그들만은 무언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둘이서 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니 기이하기도 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렌즈를 당기어 마주해 보니
원앙이와 자라는 강에서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서로의 마음의 깊이는 알 수가 없기도 하다.
생김새부터 영~딴판이니 말이다.
끼리끼리 놀아야 되는데 어찌 저러는지 알 수 없기도 했다.
자라는 느리지만 원앙이보다 잠수도 잘하고
누가 쓴소리라도 할라치면 가만히 얼굴을 당기어 갑옷 속으로
들어 가서 꼼짝 않고 있으면 아무 소리들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긴다.
그에 반해 원앙이는 죽고 못사는 게 사랑과 우정이라서
자라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까지 얘교를 부리고
투정을 부려 보지만 그의 마음을 깊이 알아가기엔
턱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한참동안 원앙이와 자라는
같은 쪽을 바라 보기도 하고
둘 만의 쉼터에서 우정을 쌓기도 하는 듯 싶었지만
자라의 깊은 속을 끝내 알 수 없는 원앙이는
자신의 갈 길을 향해 그만 자리를 피하고야 말았다.
겉으로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은 자라의 모습이었지만
속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언제 어떻게 변해서
뒤통수치며 골탕을 먹일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일치감치 그의 곁을 떠나고야 말았다.
끝까지 자신의 속내을 숨기고 있던 자라는
원앙이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변하지 않는 우정이야말로
어떠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것임을 뒤 늦게야 깨닫고
혼자서 쉼터에 앉아 있기가 외롭고 괴로워서
노란 수초꽃들이 핀 강물 속으로 첨벙 ~꼬르르~꼴꼴
원앙이와의 만남을 아쉬워하며 어디론가 달아났다.~~~
"샘에서 솟아나는 물은
겨울에도 얼지 않듯이,
가슴에서 우러나는 우정은
불행이 닥쳐도 식지 않는다"
- 쿠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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