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부끄러워하던 날
/김경진 목사
발바닥의 가시를 뽑으면서
여우는 이를 갈았다.
호랑이면 호랑이지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지.
배가 고프니 뭘 잡아오라, 올러 가는데 길잡이가 되라면서
걸핏하면 잔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오늘도 뭘 시키는걸 좀 구시렁거렸다고
달려드는 것을 도망치다가
가시에 찔리고 보니 분통이 터졌다.
두고보자 하고 별렸다.
여름 날씨가 후끈한게
진짜로 혓바닥이 나올 판이다.
호랑이도 더위로 헥헥거렸다.
여우가 "호랑이님도 무척 더우신 모양이지요." 하고
너스레를 떨어도 호랑이는 만사가 귀찮은 듯
대꾸도 없자 여우가
"기가막힌 피서법이 있는디" 하며 중얼거리니
호랑이가 반색을 했다.
여우가 "호랑이님이 특히 더위를 많이 타시는 것 같은데
그건 바로 호랑이님의 긴털때문이지요.
털이 얼마나 더운지 아세요.
사람들이 코트를 전부 털로 하잖아요
결국 호랑이님은 여름에도
털코트를 입고 있으니 더울 수 밖에요." 하고
능청을 떨면서 여름에는 시원하게 깎아버리라고 했다.
그러자 호랑이는 숭스러울것인데 하자
여우는 "더워서 그렇지 체면이 문제요" 하고 설득하여
결국 털을 바싹 깎게 하고 말았다.
깍고보니 돼지나 호랑이나 한가지로
동네 창피스러운 게 말도 아니었다.
더위가 날아간 게 아니라 망신살이 뻗어
부끄럽기도 하여 굴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런데 또 굴은 서늘한지라
감기가 들어 버렸다.
숲속의 참새들이 합창했다.
"죄 값 받았지."
<베드로 묵상>
털 깍은 호랑이는 부끄러워 숨었습니다.
그러나 나실인이던 삼손은
머리털이 잘려도 부끄러워 할 줄 몰랐고,
그 결과는 비참한 죽음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동안은 소망이 있습니다.
화인 맞은 양심도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말씀의 조명>
"자기 양심이 화인(火印) 맞아서
외식함으로 거짓말하는 자들이라"
(디모데전서 4:2)
'**寓話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자의 뿔/김경진 목사 (0) | 2015.09.18 |
---|---|
자동차를 탄 맹수/김경진 목사 (0) | 2015.08.20 |
네가 개미를 아느냐/김경진 목사 (0) | 2015.07.30 |
미수대회/김경진 목사 (0) | 2015.07.04 |
말하기는 쉬워도/김경진 목사 (0) | 201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