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꼭 한번 보인 것
/프로스트
빛을 등진 채 우물가에 꿇어앉은
내 모습을 사람들은 비웃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여름 하늘의 신처럼
고사리 다발 두르고 구름 밖으로 내다보는
거울 같은 수면에 되비치는
내 자신의 모습일 뿐이기 때문인다.
한번은 우물가에 턱을 대고 내려다보았을 때
내 모습 너머로, 분명하진 않지만 뭔가 하얀 것이
뭔가 깊숙이 잠긴 것이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는 곧 그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물은 너무나 맑음을 스스로 꾸짖는 것이었다.
고사리에서 물 한 방울 떨어져 수면에 번지며
그 모습을 흔들어 지워버린 것이었다.
그 하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진리였을까?
수정 조각이었을까?
그때 꼭 한번 보인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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