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을 버려라
/安秉煜
과욕(過慾)을 버려라.
이것은 인간의 실천적(實踐的) 지혜(智慧)다.
과욕은 반드시 파멸(破滅)을 낳고 불행을 초래한다.
개인이건 기업체건 국가건 과욕을 하면 반드시 파멸이 온다.
정치건 경제건 사업이건 과욕에 빠지면 반드시 붕괴한다.
우리는 이 승만(李承晩)박사의 말로에서, 박대통령의 비극에서,
마르코스의 망명에서 그것을 역력히 보았다.
역사(歷史)는 교훈(敎訓)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나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과욕은 비리(非理)와 무리(無理)를 낳고 비리와 무리는 파멸과 죽음을 가져온다.
무리를 하지 말라. 수분지족(守分知足)은 인간의 으뜸가는 지혜의 하나다.
자기의 분수를 지키고 자기 생활에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과(過)는 화(禍)의 어머니다. 무슨 일이나 지나치면 좋지 않다.
과음(過飮)은 두통을 낳고 과식(過食)은 질병을 초래하고
과로(勞)는 몸을 허약하게 하고 과유(遊)는 정신을 병들게 하고
과색(色)은 우리의 몸을 망친다.
난로가 과열하면 화재가 나기 쉽고 자동차가 과속하면 사고를 일으키기 쉽고
돈을 과용(過用)하면 빚을 지게 된다.
화초에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
우리의 몸에 영양을 과다하게 공급하면 비만증에 걸려 질병과 죽음을 재촉한다.
과잉(過剩)보호, 과잉애정은 어린애를 나약하게 만든다.
과당경쟁(過當競爭)을 하면 기업체가 공투공멸(共鬪共滅)한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하였다.
너무 지나치게 공손한 것은 도리어 예가 아니다.
과찬(過讚)은 아첨과 실례가 되기 쉽다. 무슨 일이나 과격한 것은 좋지 않다.
과도(過度)에 흐르지 말라, 한자(漢字)의 과(過) 자는 뜻이 깊다.
첫째는 지나칠 과요, 둘재는 과실(過失) 과다.
인생만사 지나치면 반드시 실수한다.
그래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공자(孔子)는 갈파했다.
지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음식도 지나치게 먹으면 배탈이 나지만 적게 먹으면 병이 나지 않는다.
과를 피하여라. 지나치지 말라. 이것은 지혜의 핵심이다.
우리는 욕망(慾望)의 주인(主人)이 되어야지,
욕망의 노예(奴隸)가 되어서는 안된다.
욕망의 포로가 되지 말라, 욕심의 종이 되지 말라.
권력을 가지면 권력의 노예가 되기 쉽고, 돈을 가지면 돈의 노예가 되기 쉽고,
명예를 가지면 명예의 노예가 되기 쉽고, 지위를 가지면 지위의 노예가 되기 쉽고,
색을 보면 여색의 노예가 되기 쉽고, 향락을 가지면 향락의 노예가 되기 쉽고,
도박을 하면 도박의 노예가 되기 쉽다.
인간은 사물의 주인 노릇을 하지 못하고
사물의 노예로 전락하기 쉽다. 이는 인간성의 큰 약점이다.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소유(所有)의 역전현상(逆轉現象)을 분석했다.
나는 돈을 소유한다. 나는 소유주(所有主)요, 돈은 소유물(所有物)이다.
나는 소유의 주체요, 돈은 소유의 객체다.
내가 돈을 소유한다는 것은 돈을 내 마음대로 관리하고
사용하고 지배하고 처분하는 것이다.
소유주가 소유물을 지배한다. 이것이 소유의 당연한 논리요, 올바른 질서다.
그런데 소유의 역전현상(逆轉現象)이 일어나기 쉽다.
내가 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소유하게 된다.
돈이 나를 지배하고 나를 사로잡고 나를 노예(奴隸)로 만든다.
소유물이 소유주를 지배한다. 이것이 소유의 비극(悲劇)이다.
우리는 제도의 노예가 되고, 조직의 노예가 되고,
물건의 노예가 되고 사상의 노예가 되고,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지 말자.
물건의 주인이 되어라 그래서 동양의 선철(先哲)은
수처위주(隨處爲主) 라고 하였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간결하지만 뜻이 깊다.
욕망을 갖되,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라.
물건을 갖되, 물건의 노예가 되지 말라.
돈을 갖되,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우리는 무집착(無執着)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집착을 버려라, 칩착하지 말아라.
그래서 원효대사(元曉大師)는 일체무애인(一切無碍人)을 강조했다.
모든 일에 막히지 않는 자유자재인(自由自在人)이 되어라.
이것이 인간의 이상적 경지다.
과욕을 버려라. 과욕은 패망(敗亡)의 어머니요, 불행의 원천이다.
우리는 수분지족인(守分知足人)이 되어야 한다.
네 분수를 지키고 족한 줄을 알아라.
- 안병욱에세이 <삶의 길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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