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생
/자크 프레베르
그는 머리로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그는 마음으로는 '그래요'라고 말한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래요'라고 말한다.
선생님에게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그가 서 있다.
선생님이 그에게 묻는다.
온갖 질문이 그에게 쏟아진다.
갑자기 그가 미친 듯이 웃는다.
그리고 그는 모든 걸 지운다.
숫자와 말과
날짜와 이름과
문장과 함정을
갖가지 색깔의 분필로
불행의 칠판에다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선생님의 꾸중에도 아랑곳없이
우등생들의 야유도 못 들은 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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