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새우가 싸울 때
/김경진 목사
고래는 심기가 좋지 않았다.
아침에 물위로 떠오르는데
상어란 녀석이 얼쩡거리며 길목을 막는 게 아닌가.
비키라면서 물살을 거슬러 치솟는데 계속 얼쩡얼쩡하는 것이 짜증났다.
그래도 저게 정신을 못 차리고 심사를 건드렸다.
이리저리 쏘다니는데
"용이 개천에 떨어지니 깔다구가 달겨든다"고
새우들이 또 심사를 건드리는 안닌가.
사실 새우 종류는 고래의 식사 감인데
이것들이 한입에 들어오려고 그러는지
떼를 지어 앞에서 얼쩡거리는 게 아닌가.
그래서 입을 쫙 벌리고 콱 밀어붙이니 겁이 났는지
모두 물러서는데 왕새우 하나가 계속 왔다갔다해서 신경질이 났다.
요놈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속력을 내는데
요놈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피하면서
계속 어르신네 앞에서 속을 썩이는 것이 아닌가.
이젠 참을 수 없다 싶어 꼬리로 큰 물결을 이루며 속력을 내자
녀석도 계속 피하면서도 앞에서 얼씬댔다.
마지막 안간힘을 쓰면서 피치를 올리는데
어느새 해안가로 나왔는지 왕새우는 온데간데없고
고래 혼자만이 덩그러니 모래톱 위에 올라 있었다.
괜히 화를 내다가.
과학자들이 고래를 둘러싸며 나름대로 견해를 말했다.
"이건 환경오염으로 인한 수중 생물들이 방향 감각을 잃은 것이다."
"이것은 먹이와 산소 부족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다.
아이구. 속 터져.
<베드로 묵상>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음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큰 바윗돌을 부수는 것이 물이듯이
바람 앞에서 큰 나무는 부러지지만
갈대는 남아 있습니다.
<말씀의 묵상>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잠언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