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김경진 목사
누가 개판이란 말을 만들어냈는지 모르지만
정말 우리를 모독하는 말이다.
우리들 개 세상에도 법이 있고 질서도 있어
동네에서 힘 센 개를 맹주로 세우고
그 킽의 몇 똘마니들이 옆 동네와의 싸움에도 나서주어
나름대로 재판도 해주고 먹는 문제도 해결해 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꼬인 것은
옆 동네에서 이사온 험상궂게 생긴 녀석이
지금껏 우리의 맹주로 활약해온 불독에게 도전장을 내더니
그만 제 놈이 어른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닌가.
불쾌하기도 하고 따르지를 말까 하고 생각도 했으나
불독이 설설 기는데 우리는 더 할말이 없었다.
사실 그동안 불독에게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고소하다 느꼈지만
새로운 맹주로 들어온 놈의 꼬락서니나 요 며칠 새 하는 꼴을 보니 가관이었다.
제 놈이 언제 우리 맹주였다고 큰소리를 빵빵치면서
앞으로 질서를 잡게싸고 걸핏하면 힘없는 것들을
물어뜯고 꽁지를 씹어대는가.
소문에 의하면 재 놈도 우리 맹주가 되기 전에는
깡패로 유명하여 법이고 뭐고 없이 온 동네를 소란케 하며
진짜로 '술 처먹은 귀신' 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제 놈이 맹주가 되더니 법을 세워?
제 과거는 다 새카맣게 잊었는가 보다.
그래서 개판이라고 하는가?
사람들은 곧잘 역사도 바로 새우고, 과거를 잊고
'법대로 법대로' 를 잘 말하던데.
<우리말 개의 이름들>: 검둥개, 누렁개, 더펄개, 들개, 땅개,
똥개, 미친개, 불개, 사냥개, 삽삽개, 쌀개, 좀개, 호박개.
<개에 관한 속담>
. 죽 쑤어 개 좋은 일 한다.
. 집의 개 주인 믿고 짖는다.
. 짖는 개는 여위고 먹는 개는 살찐다.
. 쫓기는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
. 편한 개팔자 부럽지 않다.
. 등겨 먹던 개는 들키고 쌀 먹던 개는 안 들킨다.
. 바닷가 개는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말씀의 조명>
참 속담에 이르기를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저희에게 응하였도다
(베드로후서 2:22)
'**寓話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유의 소리 (0) | 2015.02.13 |
---|---|
여우들의 어설픈 복수 (0) | 2015.02.10 |
감동적인 시 한 수 (0) | 2015.02.06 |
주인집 생일 (0) | 2015.02.03 |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 (0) | 2015.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