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傳記)의 중요성에 관하여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전기 작가들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예를 들어 보자.
그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한 일이 아니라(만일 그가 한 일이라면
대륙의 이름은 아메리카가 아니라 콜롬비아가 되었을 것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한 일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생시에 실패자로 간주되었다.
새로운 대륙에 닿을 목적으로 대양을 건녔지만 대륙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쿠바와 산토 도밍고와 카리브 해의 다른 섬들에 상륙하기는 했지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 대륙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가 앵무새와 토마토와 옥수수와 초콜릿을 가지고
스페인에 돌아올 때마다 여왕이 물었다.
<그래, 인도를 발견했소?>
그때마다 그는 <곧 발견하게 될 겁니다>하고 대답했다.
기다리다 지친 여왕은 마침내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고,
그는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사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콜럼버스의 삶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데
어떻게해서 베스푸치의 생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걸까?
왜 학교에서는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가르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베스푸치에게는 전기 작가가 없었던 반면
콜럼버스에게는 한 사람의 전기 작가가 있었던 것이다.
콜럼버스의 전기 작가란 바로 그의 아들이다.
그 아들은 자기 아버지가 대륙을 발견하는 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마땅히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의 삶에 관한 책을 스는 일에 매달렸다.
미래의 세대들은 실제적인 위업을 무시한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업을 이야기하는 전기 작가의 재능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에게는 아마 아들이 없었을 것이다.
있어다 하더라고 그 아들은 아버지의 위업을
영원히 후세에 전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 밖의 많은 사건들이 그것들을 역사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의지에 의해 살아남았다.
플라톤이 없었다면 누가 소크라테스를 알겠으며,
사도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예수의 생애를 제대로 알았겠는가?
또 밀슐레가 프랑스인들에게
프로이센의 침입자들을 몰아낼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잔다르크를 재발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누가 그녀를 기억하겠으며,
루이 14세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앙리 4세를 널리 알리지 않았다면
누가 오늘날처럼 그를 기리겠는가?
현세의 위인들에게 이르나니,
그대들이 무엇을 성취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대들이 역사에 길이 남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전가 작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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