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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글

어릿광대/베르나르 베르베르

샬롬이 2013. 10. 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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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모무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익살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이 아닌 실제의 익살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남긴 사람은

5세기의 그리스 역사가 프리스쿠스이다.

그에 의하면 훈족의 황제 아틸라에게는 연회 중에

동석자들을 웃기는 역할을 맡은 신하가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 훨씬 나중의 프랑스 국왕들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면,

<익살꾼>에 대한 지출 내역이 적혀 있는 것이 확인된다.

 

프랑스의 유명한 익살꾼들을 몇 명 들자면 다음과 같다.

트리불레. 루이 12세와 프랑수아 1세를 섬긴 궁정 공신 익살꾼.

브뤼스케. 의사였는데 솜씨가 너무도 서투른 탓에 환자깨나 죽였다고 한다.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앙이 2세가 사면해 주고

자기를 웃기는 신하로 삼는다. 신교로 개종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 그는

늘씬하게 얻어맞은 뒤 도주한다.

니콜라 주베르, 앙이 4세의 익살꾼.

<멍청이들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랑젤리 . 원래는 콩데 공의 마구간 하인이었으나,

그의 재능을 발견한 루이 13세가 신하로 삼는다.

그의 거침없은 입담은 그 누구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귀족들은 그의 신랄한 야유를 피하고자 뇌물을 주었고

그 결과 그는 상당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제임스 1세의 익살꾼 아치볼드 암스트롱이 유명하다.

별명이 <아치>였던 그는 주군이 죽은 후 캔터베리 대주교를 모시게 되지만,

결국 주교를 미워하게 되어 그를 욕하는 선전물까지 발행했다고 한다.

 

 

주로 서커스에서 활약하는 익살꾼bouffon 을 가리키는

<어릿광대clown>란 말은 <서투른 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클로드clod>에서 나왔다.

어릿광대가 처음 출현한 것은 중세였던 것 같다.

당시의 한 곡마단장은 관중이 항상 똑같은 마술(馬術) 묘기에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고서 묘안을 짜냈다.

즉 승마에 서툰 농부가 항상 말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곡마단원들의 솜씨를 부각시틴다는 거였는데 당시 고용된 농부는

대부분 코가 빨개지도록 술에 전 가난한 농부들이었고,

그 때문에 곡마단 어릿광대는 코를 빨갛게 칠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흰 어릿광대(뽀쪽한 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흰 분칠을 한)와

<오귀스트> (헐렁한 옷을 입은 거지) 콤비가 출현한 것은 더 나중의 일이다.

흰 어릿광대는 제대로 된 인물이지만 오귀스트는 어수룩하고도 서툴기 그지없다.

관객은 흰 어릿광대의 행동에는 웃을 일이 없지만

오귀스트는 손끝만 까딱해도 웃음보가 터지게 되어 있다.

 

그는 항상 흰 어릿광대의 행동을 따라 하려 시도하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큰 사고만 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콤비의 관계는 북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과 주니족의

신화에 나오는 두 신 간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오귀스트에 해당하는 인물은

인디언 신화의 신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도 강력한 신이라는 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연금술에도 어릿광대가 존재한다.

이것은 그 화학적 분해 작용으로 인해

<흑색화 단계>를 가능케 해주는 용해제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