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해의 시절/주요한

샬롬이 2013. 7. 25. 13:00

 

 

 

 

 

 

해의 시절

 

 

 

 

/주요한

 

 

 

 

말없은 불길은 하늘을 태우며,

향기로운 밀꽃은 땅을 채웠다.

뜨거운 흙을 벗은 발로 밟으면서

드을의 감각 속에 나는 안긴다.

논물이 햇빛을 비추어 번들이면,

나려오는 그 빛과 뜨거움은 몸을 곤하게 한다.

때때로 느리게 부르는 노래도 귀에 즐거우며,

사람들은 서늘한 그늘을 찾아 무거운 발을 옮긴다.

 

 

 

불붙는 태양은 우리의 머리를 치장하고,

솟아오르는 샘물은 우리의 발을 씻는다.

모든 혈관은 더위에 불어올라.

머리 수그린 드을꽃이여!

땀 흐르는 긴장에 헐떡이는 땅!

오, 해여, 무거운 바다를 녹이고,

모든 밝음의 자연을, 인생을

그침없는 풀무 속에 집어넣는 해의 시절이여!

 

 

 

 

오, 이러한 날에 나의 생명은 저기 끓도다.

저기 산 우에 걸어가리라 ---나무껍질에 흐르는,

향기 있는 송진냄새와, 햇빛에 피어난,

빛 독한 꽃의 길을 더운 벌겅 흙의 길을.

거기서 나는 쉬리라---숨쉬는 풀 밑에,

거기서 나는 쉬리라 ---수군거리는 나무 그늘.

아, 마치 즐거운 뜰에 있는 것같이

나는 취하였다--- 땀 배인 땅을, 동편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

떠다니는 구름을, 소낙비를, 넘치는 홍수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마음껏 껴안는다---

흙에 묻힌 시절을 흙에서 피어난 이 시절을.

이삭 익어가는 벌판에서, 솟아오른 산꼭대기에서,

 마음은 춤추며 마음은 꿈뀌인다.

곡식냄새가 내 몸을 둘러싼다.

숨은 것 없이 하늘에 빛나는 드을!

어지러운 벌이떼, 눈부시는 흰 치마.

아 나는 천천히 걷는 네 좁은 길을,

나의 애인의 가슴인가 의심한다.

해여, 바람이여 지금 내 가슴에 넘쳐오라.

풀무 불에 제 튼튼한 팔을 두드리는 이상한 대장장이처럼,

사른 열정으로 나의 가슴을 달구리라.

해를 물어간다는 용감한 붉은 개같이

지금 나는 이 연한 두 손을 그 불속에 넣으리라.

위대한 계절이여, 나를 위하여 차리는 화려한 잔치에,

오직 하나인 내 불꽃의 <말>을 금으로 새기리라.

나는 네 푸르른 바람에 쉬는 것보다,

네 달금한 피곤을 맛보는 것보다,

다만 네 가슴에 더욱 뜨거운 침묵의 길을 불로 닦으리라.

 

 

 

 

오, 모든 사람의 여름이여,

질기고 질긴, 끊을 수 없는 사랑의 시절이여,

어떤 광채 많은 새벽에,

고대하는 나의 마음을 실어가려 하느냐---

길이 불에 싸인 너의 위대한 조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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