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와 파리
/노쉰(魯迅)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사람은 매우 위대한 존재이지만
정신적인 위대함과 육체적인 위대함은 서로 상반된다.
아울러 육체적 위대함과 거리를 둘수록
정신적 위대함이 점점 커진다."라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너무 완벽하면 다른 사람의 상처나 단점을 보기 어렵다.
조금은 부족해야 신도 요괴도 짐승도 아닌 사람인 것이다.
즉, 평범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전사(戰士)가 전쟁터에서 죽으면
파리 떼가 가장 먼저 그의 상처를 찾아낸다.
파리는 상처에 꼬여 앵앵거리며 죽은 전사보다도
더 대단한 영웅인 양 큰 소리를 낸다.
그러나 전사는 이미 죽었다. 이제 파리를 쫓을 수 없다.
그래서 파리 떼는 계속해서 앵앵거리며
주변을 활보하다 전사의 몸에서 멀어져간다.
확실히 어느 누구도 파리의 상처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상처 입은 전사라 해도 그는 위대한 전사이며
파리가 아무리 쌩쌩하다고 해도 파리는 그저 파리일 뿐이다.
저리 꺼져라. 파리야!
살아있는 날개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한들
죽은 전사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너희는 그저 벌레일 뿐이다.
***
시인 베이다오(北島)는
'비열함은 비천한 자의 통행증이고,
우아함은 고상한 자의 묘비명'이라고 말했다.
용감한 전사자에게는 독특한 투쟁의 흔적이 있다.
물론 실속 없이 소란스럽기만 한 사람도 자기만의 생존 방법이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점은 전자가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화환을 받을 때
후자는 쥐 죽은 듯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이다.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은
그의 저서 <장 크리스토프(Jean Cjristophe)>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웅은 결코 비열했던 순간이 없다.
비참하게 고역살이에 시달렸을 뿐이다."
불의에 맞서 용감히 싸웠느냐
아니면 비굴해지면서까지 사리사욕을 채웠느냐.
이것이 바로 영웅과 인간쓰레기를 구별하는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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