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미는 어디로 갔을까?
/작은천사
봄이 오는 길따라 院의 골목길에도 "기쁨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돌사이로 붓꽃들의 연한 움들이 삐쭉삐쭉 돋아나고 해마다 번식이 왕성한
산나리꽃들도 동그란 뿌리에서 싹을 틔워 보드라운 잎들이 층을 만들어
붓꽃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자라나 죽을 것만 같았던 겨울을
잘 견디어 냈다고 마음껏 격려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을에 잘려진 뽕나무가지 끝에도 연녹색을 띤 새순들이 머리를 내밀고
골목길을 살피느라 분주 하기도 하며 한편으로 곧은 대나무가 옆에 없어서
다행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빛나는 비단실을 짜기보다
게으르고 예의 범절을 지키지 못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훈계하는 대나무가 있다면... 더욱 바른생활 교육이 잘 되기도 할텐데...
하지만....대나무는 본래 부터 골목길에 지킴이로 서 있지 않아도
늘 꽃들과 나무들은 제각기 질서정연하게 피고 지고 ...
벌들이 와서 꿀을 따고 나비들이 아무탈 없이 휴식을 즐기다 가곤 했었다.
계절마다 가꾸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평화롭게 나무와 꽃들과
작은 풀꽃들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 갈 수 있기도 한다.
그런데....평화롭던 골목길에 느닷없이 아무도 몰래 불청객이 침범하고야 말았다.
나의 사랑..홍장미가 납치(?)되어 갔으니 가슴이 뭉개진다~~앙앙...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로 사라졌으니 ...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이별을 하였다.
홍장미는 어디로 갔을까? 누가 만난 사람이 없나요?
가슴에 돋아난 가시를 달고 동당거리며
인명 구조하듯이 헤매어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세월의 흔적 속에 나무의 뿌리들은
땅속에서 서로 손을 잡고 있어서 사건을 알 수 있을까?
나무와 꽃의 뿌리가 영양분도 같이 공급 받으며 살았는데
아무도 알려 주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싱그러운 오월이 창문 곁으로 찾아 올때면 .....
아름다운 홍장미는 활짝 피어서 어버이 은혜와 가정의 달을 축하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무척이나 좋아하며 향기도 맡고
사진도 찍고...뽀뽀까지 하며 모두가 홍장미를 아끼고 사랑하였다.
올봄에도 잎이 돋아나 벌써 한 송이 봉오리가 맺혀
가족 중에 제일 먼저 태어난 언니처럼 예뻐하며
아름답게 꽃을 피울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어제까지만해도 반짝이는 잎을 달고 햇살을 받으며
창가에 기대어 있던 홍장미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뿌리 채 뽑아 가버리고 말았으니.... 너무나 황당하다 못해 눈물이 났다.
오래전, 시골 언니가 꽃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두 그루 싸다 심었는데
붉은장미 한 그루는 너무 예쁘다 못해 진작 누가 보쌈해서 뽑아 가버렸고
홍장미만 남아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때로는 그루터기만 남기고
얼어서 죽다가 살기도 하여 해마다 골목길따라 오월의 기쁨을
작은 가슴마다 충만하게 안겨주기도 했었다.
아직도 골목길의 불청객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꽃도둑(?)을 잡을 수도 없고...
얼마나 꽃을 사랑했기에 그런 마음을 가졌을까?....
어쩌면 골목길에 있는 것 보다 더 좋은 정원으로 모셔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심성이 곱다고 들었는데..
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드라면 뿌리를 나누어 주었을테지만
달밤에 처녀 보쌈해 가듯이 예쁜 홍장미를 몰래 가져 갔으니
그 마음은 발 뻗고 잘 정도로 편할는지...아니면 무감각한 양심일련지...
홍장미를 볼 때마다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탄식 할련가?
오늘이 장날이다. 가정의 달 오월이 오기 전에,
홍장미를 닮은 꽃나무를 사다가 흙이 푹 파진 그 곳의 상처가 아물게
다시금 단단하게 잘 심고 돋우어 찬란한 오월의 기쁨을 골목길에 오가는
이웃들과 아이들이 함께 누리리라~~~~~~~
오! 나의 홍장미여!
어느 곳에 있든지 곱게 피어다오!
너의 향기로 세상을 정화시켜 주려므나!
오 ! 나의 홍장미여!
지난 세월 너와 함께 고운 꿈을 꾸게 되어
너무나 고마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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