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개지 눈뜰때면
/작은천사
봄햇살에 비친 강물의 반짝임과 함께 강변은 오리떼들이 한가로이
짝을 이뤄어 봄나들이로 분주해 보이기도 했다.
바람이 불어 물결도 흔들리고 눈을 뜬 버들개지도 흔들렸지만
더 가까이 하고픈 마음으로 덤불과 갈대를 헤치며 갔다.
오리떼들은 인기척에 놀란 그들은 날아가기도 하고
조정경기를 벌이는 선수처럼 물길을 저으며 숨가쁘게 달아났다.
그 옆으로는 버들개지가 강물을 향하여 고개를 기웃둥거리며
무엇이 궁금한지 말을 건네려고 하고 있었다. 겨우내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진 까닭이다.
껍질까지 벗긴 버들개지의 꽃술이 벌들의 장난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쉴세없이 흐르는 강물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은가 보다.~~~
흐르는 강물은 알아 들을 수 없는 방언으로 뱅글거리며 쏜살같이 자신의 갈 길을 갔다.
붙잡아 가두고 싶지만 버들개지의 심정을 알아 주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 유수와 같다지만 해마다 변함없는 버들개지의 봄은 희망이 가득했다.
그옛날 오일장이면 송아지 한 마리 싸서 몰고 가는 농부의 가슴처럼...
꽃망울 만큼이나 부풀어 올라 얼른 키워서 밭갈이 하길 원하기도 했으리라
어린 송아지는 엄마 떨어져 다른 곳으로 팔려 갔지만 주인의 끔찍한 사랑을 받으며
엄마 생각 잊고 동네 아이들의 노래에 맞춰 잘도 커가리라~~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어린 송아지가 큰솥위에 앉아 울고 있지요, 엄마아! 엄마아! 엉덩이가 뜨거워"
코흘리개 아이들의 장난과도 맞장구치면서 차츰차츰 밭갈이에 도움이 되려
땡볕도 겁내지 않고 주인을 순종하며 이끌리어 워낭소리 내리라~~
바람이 버들개지의 얼굴을 스치고 가기도 하고
먼 산의 구름들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올해는 강물의 졸졸거리는 소리와 깊어지는 속을 재어 보려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만개된 꽃술들이 야단스러워 보였지만
다소곳할 때는 얼마나 새색씨처럼 보이는지...
한편, 강둑 넘어 빈논에서는 겨울동안 흩어져 있던
지푸라기와 마른잎들을 태우느라 하얀 연기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콩타작하고 남은 지꺼인지 매콤한 콩깍지 냄새가 났다.
한쪽 옆으론 가족들이 일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앉아서 중참을 드시는지 정겨웠다.
이렇게 땀흘린 후의 먹는 참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를 것이다.
봄에 캐온 쑥으로 쑥범벅을 만든 것이라면 삽쓸하면서도 쑥향기와 함께 요기가 되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오순도순 앉아서 꿀맛같은 시간은 오래전의 일로 기억된다.
이맘때면 가족들이 함께 호미와 괭이로 밭에 고랑을 내어 콩도 심고,
각종 씨앗들을 뿌리려 잡풀을 뽑기도 했다. 모든것이 지금은 아롱진 추억일뿐이다.
논에다 고랑지어 마늘들이 푸릇푸릇 순이 돋아 한창이고
농부들의 가슴도 버들개지의 눈뜰때처럼 희망을 품고
송아지도 키워 밭을 갈고 온 들판에 펼쳐진 청보리와 마늘들이 영글때를 기다고 있다.
버들개지 눈이 뜰때마다 희망의 봄은 우리들 귀에 소리쳤다.
새로운 봄이여! 힘을 내어 봅시다요~~
마음이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지옥을 만들기도 한다
-밀턴(영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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