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습작<글>

고구마의 추억/작은천사

샬롬이 2011. 12. 5. 22:45

 

 

 

 

 

 

고구마 추억

 

 

/작은천사

 

 

  강원도 산간 지방에는 백설같은 눈이 20cm가 내렸다고 한다.

눈이 내리면 온 천지가 뽀얀 눈으로 덮혀서 마음까지 검고 때묻은 것들이

다 지워질 수가 있을 것만 같다.  하얗게 덮힌 눈 속에서 피어나는 에델바이스처럼....

눈 덮힌 세상은 더 맑고 깨끗해져 새롭게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졌음 얼마나 좋을까?

지역마다 비가 내리기도 했선지 춥기도 하고 따뜻한 숯불 화롯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 옛날 어린시절에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가족들끼리 놋으로 만든 앉은뱅이 화롯가에 둘러 앉아 손을 녹이기도 하고

가을에 황토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군불때는 아궁이에 하나씩 넣어서 굴려가며 구워

고소한 냄새가 날즈음 꺼내어 뜨거운 줄도 모르고 이손 저손으로 옮기면서 껍질을 까서 

입에 검정칠을 하며 먹기도 했다. 속이 노랗게 익혀진 달콤하고 맛있는 고구마는

겨울내 가족들이  아랫목에 둘려 앉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서로 정을 나누었던

추억거리가 되기도 한다. 농한기로 별 일거리도 없던 때라 농부의 맏아들이신

아버지께서는 긴 겨울 밤을 전잎을 추려낸 볏집단을 방안에 들여 놓고서는

새끼를 꼬시기도 하시고 짚신과 망태기를 아주 정교하게 만드시기도 하셨다.

짚의 구수한 향기를 맡으며 우리 가족들은 가난한 살림살이었지만 포근한 겨울 밤이었다.

 벽에 걸려있는 내모난 밤색의 앰프에서 흘려 나오는 노래 <두만강아 잘 있거라>도

 따라하기도하고  연속극을 듣기도 하며 저마다 성우의 흉내도 내기기도 하며 웃기기도 했었다.

또 유난히도 고구마를 좋아하시는 울오빠는 고구마만 있으면

밥도 먹지 않을 정도로 좋아 하셨다.

어느 날은 깊이 잠든 오빠를 깨우기 위해

 "고구마야! 으뜩. 일라라~ 고구마 묵어야제"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뜩 일어나 눈을  비비며

 "엇 어데! 어데고! 내꺼 다 먹었제~ "

" 아이다아~ 오빠 니꺼는 엄마가 남겨 났다 안카나"

입을 모아 하나같이 놀려주기도 하며

겨울 밤은  갓 담아논 김장김치와 함께 고구마는 간식 대용으로 맛나게 먹기도 했었다.

산 속의 겨울은 멀리서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가끔 들리기도 해서 어린 우리들은

엄마의 품 속을 서로 차지 할려고 타투기도 하며 추수한 쌀가마늬에 올라가 노래자랑도 하였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아름답고 그리운 날들이지만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날들이다.

 

  얼만 전, 고구마를 압력 밥솥에 삶았다.

렌지에 잘게 썰어 호일을 싸서 구워 먹을 때도 있었지만 고구마의 달콤한 향이

그리웠기도 해서다. 굵은 것을 잘라서 넣었는데도 뜸이 덜 들었는지 익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었다. 가마솥에 삶아 먹던 맛과는 사뭇 다르지만 나의 사랑도 

울오빠처럼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고구마를 무척 좋아 하신다.

식사대용으로 한끼를 해결하기도 하시며 다른 무엇보다도 든든함을 채워준다고 애찬하며

긴 겨울 밤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아삭한 무우를 씹으며

붉은 고구마를 껍질채 입속에서 골고루 맷돌질해서 목에 넘기며

오장육부에 골고루 전달하기도 한다.

  요즘은 고구마로 여러가지 다양하게 만들어 과자도 만들기도 하고 녹말가루로 변신하여

튀김옷을 입히는데도 물론이거니와  주부들의 손끝에서 땔 수가 없을 정도로 요긴하다.

또한 손난로의 재료로도 쓰임이 되어 차거운 우리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기고 하니

고구마의 추억과 함께 옆에 두고서 잘 활용하며 또 다른 좋은 추억을 차곡차곡 채워 보리다. 

 

 

- 고구마의  삶 -

 

황토밭에 한 줄기 순을 심었다

밭고랑따라 가는 뿌리 내리며

허리 휘어 기어가는 아픔이 있지만

황금과 같은 알들을 줄줄이 낳아

언니들, 오빠, 동생으로 자라고 있었다.


땅 속에 묻혀서도 줄기와 뿌리를 통해

빛과 수분을 체험하고 어둡다는 말도 않고

통실통실하게 살이 쪄서 남 부럽지 않게 자라

세상을 내다 보며 충실한 일꾼들이 되어

어둠에서 빛을 슬픔을 기쁨으로 잘도 해쳐 가고 있구나.

 

 

- 따뜻했던 추억으로 인해 행복한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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