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그리움을
맞이하고...
작은천사
산책길의 밭언덕에 도라지꽃이 보랏색과 흰색으로 피어 비를 맞고 있었다.
군락을 지어 피어 있어서 지나 가는 나그네들에게 옛얘기를 들려 주려는 듯
손짓을 하고 있어 가까이 닥아 갔더니 꽃잎 속에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반갑게 미소 지어 주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고운빛깔이 너무나 고와서
" 해마다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시어 이 곳을 빛나게 해 주셔서 고맙심더어..."
" 그라고 너무 아름다워에~~" 라며 화답을 해 주었다.
땅 속의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수 많은 시간들을 얼마나 그리움과
기다림의 소식에 세월을 보내며 애를 태웠는지 알고도 남았다.
뿌리를 대할 때면 자식을 키워 주시던 부모님의 허리 같이 굽어서
하나 같이 잔뿌리로 번져 있어 바람 잘날 없는 자식 걱정으로
쇠약해진 모습과 같아 보였다.
특유한 향기로 금방이라도 감기의 기운이 물려가 씩씩하게
일어나게 하기도 하지만 대추와 파뿌리랑 생강과 함께 달여서
꿀 한 숟가락을 넣어서 따뜻할때 목을 축이듯이 들이키면
기관지도 기침을 멈추고 맑은 소리를 돌려 준다.
유년시절엔 막내라서 그런지 늘 약골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다녔다. 그런데도 연못에 얼음이 깡깡 얼면은
그냥 있질 못하고 오빠 꽁무니를 따라 잡고 썰매를 타며 얼음지치기를
제일 재미있어 했으니.. 무척 개구장이였다.~<겨울올림픽 때는 꼭,가리다 평창으로..>
그리고는 기침을 콜록~콜록거리는 것을 보다 못하신 울 엄마 도라지 뿌리 달여서
사정해가며 먹어라 했지만 씁씁하고 맛이 없는 도라지물을 먹지도 않고
애를 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의 사랑을 꿀꺽~꿀꺽~ 들이키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식은 이제야 그 사랑을 잊을 수 없어 눈물 짓는다....
또한 여름밤이면 제일 먼저 익은 옥수수를 광주리에 담아 와서
검은 솥에다 쪄서 가족들이 평상에 둘러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정답게 나누며
고소한 옥수수의 알맹이를 입에 넣어 씹을 때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결코 남에게 빚을 내어서
크게 불려 보려는 욕심이 없는 분들이었으니 많이 배워 주지 못하고
좋은 옷을 입히지 못해도 언제나 신앙으로 자라도록 교훈하셨다.
옥수수가 자신의 곁옷의 몇겹으로 싸아 알들을 보호하여 영글게 해서
자식을 세상에 내 놓은 부모의 심정과도 같아서 쫌쫌이 박힌 여문 알들을 보면
참 대견하기도 하고 희생이 따른 흔적이 고스란이 배겨 있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언니 친구들은 강냉이를 펑튀기집에서 튀겨다가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입이 까까롭도록 먹기도 하고
엠프에 나오는 "김사갓 북한 방랑지"의 재미있고 구수한 성우의 음성을
흉내도 내기도 했다. 저녁이면 연속방송 <섬마을 선생님>을 들으며
섬처녀처럼 가슴을 설레이기도 했었다. 그 옆에 있던 꼬맹이도 덩달아
귀를 기울어 배경음악으로 들려 오는 조금 무서운 느낌의 곡으로 생각한
그 곡이 <G.마리> 작곡 가단조의 <금혼식>이라는
곡을 알기에는 꽤 시간이 걸리었다.~~~
그리움은 그리움을 맞이 하듯이 내 곁으로 닥아 온다.
따뜻한 옛추억을 담은 가족들의 사랑이 그리움으로...
할 말 못다한 수줍음과 두려움으로 일관한 청춘시절이
그리움의 빗소리를 내며 울먹 거려지고....
잡히지 않은 신기루의 환상에 빠져 사막에서도 버리지 못한
그리움의 신기함은 나만이 느끼는 불멸의 화신인가 보다.~~~~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의 삶의 시처럼
"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 실습 없이 죽는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삶은 아름답지만 빠르게 제촉한다.~~~
그냥 ...그리운대로 좋은 시로 승화시켜 살면서...
류시화님의 시집 제목처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리움을 시에 담아 오래 두고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흘러 가리다~~~
꽃잎들의 시집으로....
2010년의 옥수수지만 아직 생생하네라..그 알맹이는 세포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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