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 염소와의 만남
/작은천사
봄바람이 살랑~살랑~불어오고
봄비가 내린 뒤의 산과 들은 눈이 부셨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였지만 삐뚤이 글을 적으며 블로그를
시작 하면서부터 꽃송이들의 움직임의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낼 때가 많아지고 새들과의 교류도 자자져
새벽엔 창 밖 나무에서 새들의 재잘거림에 잠이 깨곤한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새심한 부분까지 살피며 관찰하고
감탄사를 올리는 버릇이 길가의 들꽃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침의 산책 또한 어느 시간보다 귀가 쫑긋거리며 새들의 소리에 노래하고
대화하며 만남에 대해 고마워서 잘되지 않는 휘파람도 부르곤 한다.
오늘 아침에도 온통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 오솔길은 눈에다 담아 넣기 바쁘다.
흙으로만 다져진 오솔길 섶에선 때를 맞춰 진보라색의 제비꽃들과
샛노랑의 민들레꽃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방긋방긋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탱자나무를 끼고 있는 길따라 쭉~가는데 엠헤헤~~염소 울음 소리가 들렸다.
개나리꽃들이 별처럼 피어 있고, 그 옆에서 깜장염소의 무리들이 밭에서
풀을 뜯고 있어 가만히 보니 정말로 작고 귀여운 염소새끼가 보이는게 아닌가!!!
큰 뿔난 아빠염소와 눈꼽낀 엄마염소 옆에서 윤기나는 털을 하고 눈을 말똥이며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희한한 마스크를 한 외계인과 같은 나를 쳐다보며 무서워했다.
그래서 아엠헤헤~~나를 소개하는 염소 목소리 시늉을 했더니
엄마염소가 갑짜기 불안한지 이리저리 바둥되며 크게 울음 섞인 소리로
"왜 그려셔..유괴해 갈려고 그려셔..안돼요. ~~얼마나 이쁜 내 새낀데..."
노~오오~라고 길게 울어댔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돌려 내려왔다.
옛날 우리 아버지께서도 까만 염소를 싸다가 움막을 지어 키우면서
봄이면 바위가 많은 뒷산에서 언니들과 염소를 돌보며 물이 오른 솔나무의
끝을 꺽어 껍질을 벗기고 그 속의 솔내음 진한 송깃물을 하모니카를 불다싶이
입을 대어 빨아 먹기도 하며 싱싱한 솔잎은 염소들에게 주기도 했었다.
여름이 올즈음엔 아카시아꽃들도 끊어서 오물오물 씹어 삼키며 먹기도 하고
잎을 따낸 줄기로 동생의 머리를 한올씩 감아 자연파마를 시켜 주시던 기억이 났다.
큰 바위돌에 앉아서 염소새끼를 안고 놀기도 하고 작은 돌을 주워서 박자 맞춰서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등 주어 들은 유행가를 언니들과 부르기도 하며
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시절이기에 언니들 월남치마 잡고 쫄쫄~다녔다.
까만 염소는 얼마나 많이 먹는지 겨울날이면 두렁의 콩깍지는 물론 밭의 콩깍지까지
다 먹고 없어지면 소나무를 꺽어 주고 보리 덩개도 넣어 주어 살이 통통하게 찌면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하면 나보다 때마다 우리에 먹이를 주는 작은언니가
펑펑~눈물을 흘리며 많이 우셨다.팔려가는 염소가 보기 안타카워서
이불을 푹 쓰고 울면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은 남은 염소들을 알뜰히 보살피며 산으로 가서
풀을 먹이는 착한 언니의 모습이 선하다.~~~
오늘 많은 시간을 내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자연의 흙길인 오솔길을 걸으며
염소를 키워 자녀들의 뒤바라지 하신 부모님의 은혜가 가득하고 땀내음 물씬나는
깜장 염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보니 반가움과 고마움에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아주 오랫만에 만나 본 반질반질한 염소새끼의 폴짝 뛰는 모양이
옛날 산에서 같이 놀던 깜장염소의 장난치는 모습과 똑 같아서
세월은 흘렀지만 어린시절의 시간으로 멈추어진 산책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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