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종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Johann Wolfgang von Goethe
옛날에 절대 교회에
가려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일요일이면 늘 들판에
나갈 궁리만 했다.
어머니가 말했다."종이 울린다
널더러 오라는 거야,
너 이렇게 가지 않는 버릇 들면
종이 와서 널 데러간다."
아이는 생각한다. 종이야
저기 높은 곳 종루에 걸려 있는데 뭘.
아이는 들판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마치 학교를 살짝 빠져나온 듯.
종, 종은 더 울리지 않아
어머니가 뻥친 거야.
한데 이 무슨 놀란 일인가! 뒤에서
종이 건들건들 따라오고 있잖은가.
건들건들 오고 있는데, 믿을 수 없을 만치 빠르다.
겁에 질린 가엷은 아이
달린다. 꿈속에서처럼
종은 아이를 덮을 기세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내달린다.
잽싸게, 달린다
초원과 들판과 수풀을 지나
교회로, 예배당으로.
그리하여 일요일, 휴일마다
그애는 이 낭패당한 일을 생각하곤
첫 종소리가 몸소 나서서
초대하는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
- 괴테 시 전집에서-
<전영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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