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아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 늬가사 : '늬' 는 '넌'의 사투리.
'기'는 주격, '사'는 사투리에 쓰이는 강세 보조사.
** 칡범 : '범'을 표범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
<시의 해설>
8.15 해방의 기쁨을 '해'를 통해 상징적으로 노래한 시로,
해방 후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과 평화,
그리고 조화와 질서로 통합하는 화해의 세계를 소망하고 있다.
해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창조의 어머니로서
모든 인간들의 숭배의 대상이다.
또한 광명의 원천으로서 희망과 환희를 상징하기도 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민예원 편집부 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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