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참으로 묘한 것
/용혜원
오 주님!
그 사람이 영 딴판이 되었습니다
목숨 줄기에 피가 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천운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고개 숙일 줄도 알고,
미안해 할 줄도 알고, 고마워할 줄도 알고,
감사할 줄도 알고, 사람을 사랑할 줄도 알았고,
친절과 진실이 무엇인지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돈푼깨나 생기고 나서는 폼을 잡기 시작하더니
목에 힘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철면피가 되어버렸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인상을 찌푸리고
소리를 지르고 온갖 호들갑을 다 떨고 있습니다
오 주님!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툭하면 남의 흉 보기를 즐기고
저 잘난 멋에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제 손바닥 안에 있는 듯
뒷짐 지고 어깨를 으쓱대며
사람들을 얕보고
거만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이 뒤틀려 욕이라도 실컷 해주고 싶습니다
영략없이 꼴불견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참 이상한 것은 그의 곁에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입니다
돈이란 참으로 묘합니다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인품에 상관없이 모여드는 것을 보면
돈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사람은 영 망가지고 있는데
모여든 사람들은 멋지게 포장해 추켜세우고
그럴 듯하게 만들어놓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착각의 굴레에 빠지게 합니다
돈이란 참으로 묘한 것입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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