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 하나 흐르는 그 영원을
- 1983 년 현충일 국립묘지에서 -
/이상범
바람이 바람을 업고 바람결을 뉘이고
풀꽃이 일어서며 꽃대를 세우고 있다
분향과 나팔소리에 묻혀 잠든 저 영령
고지와 산맥을 아득히 바라 서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이름 모를 그 육성도
유월의 나울속 하얀 돌로
굳게 다문 비문일레
하늘이 흐르고 은하가 흘러가도
천둥과 눈보라가 항시 윙윙 스치는 곳
오늘은 체온보다 다순 돌을 어루만진다
지금은 갈대와 쑥대가 무성한 비무장지대
「 사천 이백 팔십 삼년 철원지구에서 전사 」
일등병 그 장한 부르심 하늘에 쓴 이름이여
나팔이 불어오면 절절히 아파오면
열과 오도 가즈런히 기립하듯 하얀 메아리
그 젊은 사랑이 남긴 아리 아리 매운 정
지금은 비둘기가 무리지어 날아 들고
죽어서 죽음을 이긴 파란 그 숨결이
아, 여기 조국 하나를 높이 들어 앉혔고나
때때로 돌팔매를 등으로 느끼지만
때로 그 눈빛이 파랗게 빛나지만
수은등 아래 도란도란 영령들의 이야기가...,
이제 겨레의 영광 여기 편히 쉬소서
향불속 사루는 소원 두 손에 고이 접어
종이배 하나 흐르는 그 영원을 기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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