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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나라

종이배 하나 흐르는 그 영원을/이상범 -1983 년 현충일 국립묘지에서

샬롬이 2015. 6. 6. 07:04

 

 

 

 

 

종이배 하나 흐르는 그 영원을

 

- 1983 년 현충일 국립묘지에서 -

 

 

 

 

/이상범

 

 

 

 

바람이 바람을 업고 바람결을 뉘이고

풀꽃이 일어서며 꽃대를 세우고 있다

분향과 나팔소리에 묻혀 잠든 저 영령

 

고지와 산맥을 아득히 바라 서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이름 모를 그 육성도

유월의 나울속 하얀 돌로

굳게 다문 비문일레

 

하늘이 흐르고 은하가 흘러가도

천둥과 눈보라가 항시 윙윙 스치는 곳

오늘은 체온보다 다순 돌을 어루만진다

 

지금은 갈대와 쑥대가 무성한 비무장지대

「 사천 이백 팔십 삼년 철원지구에서 전사

일등병 그 장한 부르심 하늘에 쓴 이름이여

 

나팔이 불어오면 절절히 아파오면

열과 오도 가즈런히 기립하듯 하얀 메아리

그 젊은 사랑이 남긴 아리 아리 매운 정

 

지금은 비둘기가 무리지어 날아 들고

죽어서 죽음을 이긴 파란 그 숨결이

아, 여기 조국 하나를 높이 들어 앉혔고나

 

때때로 돌팔매를 등으로 느끼지만

때로 그 눈빛이 파랗게 빛나지만

수은등 아래 도란도란 영령들의 이야기가...

 

이제 겨레의 영광 여기 편히 쉬소서

향불속 사루는 소원 두 손에 고이 접어

종이배 하나 흐르는 그 영원을 기리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