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베르나르 베르베르
독립적인 사법 제도가
정착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군주들이나 장수들은 오랫동안 독단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했다.
그들은 누구에게 의견을 묻거나 보고할 필요도 없이
그냥 자기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모세가 기원전 1300년경
하느님에게서 십계명을 받은 일은
독립적인 준거 체계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 준거 체계를 바탕으로
개인의 정치적 이익에 기여하는 자의적인 법률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률이 확립되어 갔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십계명이
무엇을 하지 말라는 계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약 십계명이 금지의 계율이라면,
<살인을 하면 안된다>, <도둑질을 하면 안된다> 하는 식으로 작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십계명은 <너희는 살인을 하지 않으리라>,
<너희는 도둑질을 하지 않으리라> 하고 미래 시제로 진술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성서 주석가들은
십계명이 계율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언이라고 주장했다.
<너희는 살인이 쓸모없는 짓임을 깨달을 것이므로
언젠가는 살인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너희는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훔쳐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에
언젠가는 도둑질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십계명을 그런 관점에서 읽으면
범죄자를 벌하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아무도 죄를 범하고 싶어 하지 않는 때가 되면
처벌도 불필요한 것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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