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아빔
/베르나르 베르베르
<미장아빔 mise en abyme>이란
한 작품 안에 또 하나의 작품을 집어넣는 예술적 기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야기 안에 이야기를,
이미지 안에 이미지를, 영화 안에 영화를,
음악 작품 안에 음악 작품을 집어넣는 것이다.
문학의 경우,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서사 기법을
얀 포토츠키의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에서 발견할 수 있다.
18세기에 쓰인 이 소설은 한 이야기 속에
이와 유사한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또 이렇게 삽입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는 식의
중층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회화의 경우를 보자,
1434년 얀 반 에이크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의 중앙에
거울 하나를 위치시킴으로써 <이미지 속의 이미지>를 보여 준다.
다시 말해서 거울 하나 속에 아르놀피니 부부의 뒷 모습과 함께
그들을 기리고 있는 화가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얀 반 아이크의 이런 절묘한 회화적 아이디어는
후대의 다른 많은 작품들에서 다시 사용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로,
이 작품 안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자신의 옆모습이 포함되어 있다.
더 후대에 와서는 살바도르 달리가 작품에서
이러한 현기증 나는 시각적 효과를 자주 보여 주었다.
광고 분야에서도 미장아빔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치즈 <웃는 암소>의 용기 뚜껑에 그려진 그림이 그 예이다.
뚜꼉 속 웃는 암소는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는데,
그 귀걸이 안에 다시 똑같은 귀걸이를 한 암소 그림이 들어 있는 식으로
같은 이미지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이런 기법은 빈번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망각의 삶 Living in Oblivion>(1995년, 톰 디칠로 감독),
<상자 속의 악마 Le Diable dans la boite>(1977,피에르 라리 감독),
<플레이어 The Player>(1922, 로버트 앨트먼 감독) 등은
영화를 촬영하는 영화 제작 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또 과학의 영역에서, 수학자 베노이트 만델브로트는
천체의 기하학적 형태와 유사한 작은 기하학적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하여 1974년 프랙털 이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어떤 영역에서 사용되든 간에
미장아빔은 최초의 시스템 안에 끼워지거나 감추어진
하위 시스템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감동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대 의식/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14.07.28 |
---|---|
삼파전/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14.07.28 |
코넌 도일/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14.07.22 |
인간의 멍청함/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14.06.25 |
미래는 배우들의 것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14.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