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넌 도일
/베르나르 베르베르
코넌 도일은 1859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학교 신문을 만들어
거기에 단편소설을 발표하곤 했다고 한다.
의과 대학을 마친 도일은 부친의 알코올 중독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포츠머스에서 안과의로 개업한 그는 스물 여섯 살 때
한 환자의 누이와 결혼하여 두 아이를 둔다.
이렇게 의사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정열을 잃지 않았던 그는
1886년에 최초의 단편 <주홍색 연구>를 쓰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가 바로 셜록 홈스이다.
도일은 에든버러 의대 시절의 은사에게서
셜록 홈스의 모델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로 환자의 말도 듣기 전에 귀신같은 추론을 통해
질병을 알아맞히기로 유명한 조지프 벨 박사였다.
<스트랜드 매거진>지는 그의 단편 여섯 편을 실었고,
독자의 반응이 좋자 다른 작품들을 써줄 것을 요청한다.
도일은 장난삼아 당시로서는 거액인 50파운드를 고료로 요구했는데,
의외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해서 스스로의 덫에 갇히게 된 도일은
의사 일을 그만두고 작품 집필에 전념하게 된다.
이후 셜록 홈스의 모험담이 줄줄이 발표된다.
이 명탐정의 세계에는 작가 자신도 모습을 비치는데,
바로 작품의 화자이며 탐정의 파트너이고,
작가와 여러모로 비슷한 왓슨 박사이다.
하지만 추리 소설을 밥벌이 정도로만 여겼던 도일은
셜록 홈스가 자신의 삶 가운데 점점 더 큰 자리를 차지해 감에 따라,
자신을 보다 진지한 문학적 노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에 대한 혐오감마저 느끼기에 이른다.
아내의 결핵을 치료하러 스위스에 체류해야 했던 1892년,
드디어 그는 <최후의 과제>에서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죽여 버리기로 결심한다.
스위스 라이헨바흐의 한 폭포에서
불구대천의 원수 모리아티 교수와 싸우던 홈스는
부활시켜 달라고 애원했다.
심지어는 도일의 어머니까지 그 명탐정을 구해 달라고 간청할 정도였다.
런던 거리에서는 죽은 영웅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 완장을 차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애원이 통하지 않자 모욕과 위협이 뒤를 이었지만
코넌 도일의 뜻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워털루>라는 희곡 한 편과 역사 소설들을 썼다.
또 에든버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했다.
순단에서 의료 활동을 한 적이 있고,
보어 전쟁 때에는 남 아프리카에서 병원장으로 근무했다.
1902년, 그는 만인의 예상을 깨고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셜록 홈스의 모험담을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은 셜록 홈스가
라이헨바흐의 절벽에서 떨어지기 이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3년 뒤 <돌아온 셜록 홈스>에서 명탐정의 부활이 공식화되니,
작가는 새 집을 지을 건축 비용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작품은 대성공을 거뒀고,
도일은 더욱 화가 났다.
심지어 수신인이 셜록 홈스로 된 편지까지 받아야 했으니
그의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작가는 작중 인물을 점점 더 어둡게 그림으로써 복수한다.
셜록 홈스는 모르핀과 코카인 등 각종 마약 중독자가 되고,
성마른 성격의 고독한 여성 혐오주의자로 변해 간다.
1912년 코넌 도일은 <잃어버린 세계>에서
셜록 홈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챌린저 교수를 창조하지만,
홈스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의 참혹성을 목격하고
세상에 염증을 느낀 코넌 도일은 생의 황혼에 이르러
심령술에 경도된다(빅토르 위고처럼).
1927년 셜록 홈스의 마지막 모험담인
<쇼스콤 관(館)의 모험>이 발표된다.
그 이후로 레인코트 차림에 파이프 담배를 뻐끔거리는
이 명탐정의 모험담들은 끊임없이 재출간되고 영화화된다.
또 세계 도처에서 홈스의 팬클럽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영국의 한 셜록 홈스 연구가(셜로키언) 그룹은
셜록 홈스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의 셜록 홈스, 그건 다름 아닌
작가 코넌 도일 자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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