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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글

애도의 중요성에 관하여/베르나르 베르베르

샬롬이 2014. 6. 7. 11:58

 

 

 

 

애도의 중요성에 관하여

 

 

 

/베르나르 베르베르

 

 

 

오늘날에는 상례(喪禮)가 사라져 가는 경향이 있다.

가족 중의 누가 세상을 떠난 경우에도 사람들은 장례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러 평소의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소중한 존재가 사라지는 일이 갈수록 덜 심각한 사건이 되어 간다.

검은색은 전형적인 상복의 색깔이라는 특권을 상실했다.

디자이너들은 검은색이 사람을 날씬해 보이게 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개나 소나

시도 때도 없이 검은색 옷을 입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시기의 종말이나 어떤 존재의 소멸을 애도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안정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른바 원시 사회라 불리는 사회에서만은

여전히 애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예컨대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애도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장례식을 두 차례에 걸쳐 치른다.

첫 번째 장례식 때에는

모두가 슬퍼하며 묵상하는 가운데 시신을 땅에 묻는다.

그런 다음,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두 번째 장례식을 치르면서 대대적인 축제를 벌인다.

 

비단 사람이 죽었을 때뿐만 아니라,

어떤 직장이나 삶의 터전을 떠날 때처럼

<종결의 사건>이 있는 경우도 애도는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 애도는 일종의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대개는 이것을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이것은 결코 쓸데없는 짓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의 단계를 표시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나름의 애도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르고 있던 콧수염을 밀어 버리거나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복장의 유형을 바꾸는 것과 같은 가장 간단한 것에서부터,

걸판지게 잔치를 벌이거나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퍼마시거나

낙하산을 타고 뛰어 내리는 것과 같은 다소 격렬한 것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의식이 있을 수 있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치 잡초의 뿌리를 제대로 뽑아 내지 않은 것처럼

사건의 후유증이 오래간다.

어쩌면 학교에서도 애도의 중요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중에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몇 년씩 고통을 겪는 일이 생기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