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저물고
/롱펠로
날은 저물고 어둠이
밤의 날개를 타고 내려오네.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깃털 하나가 하늘거리며 내려오듯이.
마을의 등불이
비와 안개를 헤치고 어렴풋이 비치고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내게 다가오네.
괴로움은 아니더라도
이 슬픔 이 그리움은
안개가 비를 닮듯이
그렇게 서럽기만 하네.
친구여, 나에게 시를 들려다오.
이 불안한 마음 달래 주고
하루의 잡념들을 몰아낼 수 있는
소박하고 정성어린 노래를.
비록 시간의 회랑(回廊)을 따라
복도를 울리는
위대한 옛 시인들이나
거룩한 대가들의 노래는 아니더라도.
왜냐하면 이들의 장엄한 업적들은
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
삶의 끊임없는 고통과 수고를 생각케 하기 때문
오늘 밤 내가 바라는 것을 오직 휴식일 뿐.
내게 좀더 소박한 시인의 노래를 들려다오.
여름날 구름에서 소나기 쏟아지고
눈에서 눈물 솟아나듯이
가슴속에서 용솟음치는 그런 노래를.
오랜 세월 고통으로 지냈고
밤마다 편안할 수 없었으나
그의 영혼 속에
아름다운 노래가 들리는 시인의 시를.
이런 노래들은
끝없이 뒤는 근심의 맥박을 잠재우고
기도 뒤에 찾아오는
은총 같은 힘을 지녔네!
자 이제 그대가 고른
보물 같은 시집의 노래를 들려다오.
시인의 아름다운 운율에
아름다운 그대 목소리를 빌어.
그러면 밤은 노래로 가득차고
하루를 지배하던 근심 걱정은
아랍인들처럼 장막을 거두어 이동하듯이
소리없이 떠나가리니.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작자 미상 (0) | 2014.07.20 |
---|---|
바다/백석(白石) (0) | 2014.07.19 |
빗소리/주요한 (0) | 2014.07.16 |
알렉시스와 도라/괴테 (0) | 2014.07.15 |
고독(孤獨)/白石 (0) | 2014.07.10 |